천경자 유족 "24년전 미인도, 위작 틀림없다"…음모론 제기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화가 천경자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27일 천경자 화백 추모와 관련, 서울시립미술관에 모인 유족들은 "미인도는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불참한 장녀 이혜선씨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이씨는 그동안 "우리 어머니는 '미인도'를 그린 바가 없다"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그림을 본 천 화백이 "내 그림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위원들이 "진품이 틀림없다"고 했지만, 천경자는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붓을 꺾었다. 이후 한국을 떠났고, 2003년 미국 뉴욕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소식이 끊겼다. 12년 만인 지난 22일 '두 달 전 별세'라는 보도로 8월6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천경자의 사위 문범강(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씨가 '미인도'의 의문점에 대해 답했다. 둘째딸 김정희씨의 남편이다. 문씨는 "그 일로 천 화백과 가족들 모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야무야 됐지만 자식의 입장에서 언젠가는 밝혀야, 밝혀져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미술사에서 커다란 사건이었는데 미술사 연구자들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혹도 제기했다. "감정에 참여했던 감정위원 중 한 명이 그 분위기에 마지 못해 수긍했다는 증언을 들었다"며 "한 개인, 작가를 여러 기관이 누르기는 쉽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은 큰 수치다. 그런 것을 추적해서 밝혀내는 일은 기자들의 몫"이라고 화살을 언론에 돌렸다. 문씨는 '위작 미인도'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 봤다고 했다. "그 가짜 그림이 프린트가 돼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홍보 차원에서 싼 가격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보급을 하게 됐는데, 어느 사우나 지하실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후 제자가 찾아와 "미인도가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팔려나가는 그림을 가져오라고 해서 봤고, 천 화백에게도 보여주니 "내 그림이 아니니 내 줄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씨는 위작이라고 추정할 만한 증거로 ▲미인도 소장 과정에 관한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직원의 자필 증언 ▲미인도에 쓰인 물감이 널리 사용된 물감이라는 것 ▲미인도 위작 감정에 참여한 위원의 증언 ▲다른 천 화백의 작품과 비교한 미학적 분석 등을 제시했다. "위작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한 분이 찾아와 서울대학교 마크가 들어간 원고지에 '미인도는 위작인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수장된 작품'이라고 적었다"며 "그 직원이 자필로 쓴 원고는 모 신문 기자가 가져갔고 내가 사진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미인도'를 미학적으로 분석했다"며 "여러 작품에 그려진 여자 얼굴에서 눈꼬리와 입 모양을 미인도와 비교했더니 확연히 달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인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유산 분쟁' 때문이냐는 질문에 "일관되게 말하지만 어머니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작품에 대한 법적권리에 대해서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천경자 화백에 대한 모든 권한은 장녀 이혜선씨가 쥐고 있다. 이날 서울시립미술관에 모인 장남 이남훈씨, 차녀 김정희씨, 사위 문범강씨, 며느리 서재란씨는 작품에 대해선 무엇이 남아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30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어머니의 추모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