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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데이트폭력'…전문가들 "단호하게 대처해야"

등록 2015-12-02 17:12:42   최종수정 2016-12-28 1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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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1 지난해 이모(가명·28)씨는 2년 가량 알고 지낸 대학원 동기 김모(가명·31)씨와 사귀었다. 이후 김씨는 다른 남자 동기와 얘기하거나 다른 남자 동기를 칭찬하는 이씨에게 불만을 나타냈고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감시했다. 김씨는 휴대폰으로 이씨의 알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다툼이 있을 때마다 "동영상을 카카오톡에 올리겠다"며 협박했다. 다툼 중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2 박모(가명·32)씨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네 살 연상 최모(가명·36)씨와 교제했다. 최씨는 박씨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네가 어려서 잘 몰라", "내 말이 맞지 않냐"며 혼내거나 타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것을 무용담처럼 떠들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박씨는 헤어지자고 말했고 최씨는 칼로 그은 상처가 난 손목을 보여주며 "다시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줬다. 박씨는 한동안 죄책감과 우울함에 시달렸다.

 연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데이트 폭력'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생 박모(34)씨가 여자친구를 감금·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데이트 폭력도 엄연한 범죄행위이지만, 연인들사이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그 동안 사회적 심각성이나 법적 처벌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재희(22)씨는 "친근한 커플 사이에서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인데 그 폭행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가해자가 의사를 꿈꾸는 의전 학생이라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다. 학교 차원의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교대에 다니는 김지혜(22)씨는 "기사를 보고 공포스러웠다"면서 "데이트 폭력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맞았다는 점과 사귀기 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이번 사건도 가해 남성이 법망을 피해가려고 굉장히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 부끄러움을 알고 온당한 처벌을 받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트 폭력의 원인으로는 달라진 이성교제 문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은폐하려는 경향, 남성들이 데이트 폭력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해석 하는 점,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부족한 인식 등이 꼽힌다.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나날이 성적 쾌락과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면서 인스턴트식 만남이 쉬워지고 묻지마 데이트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보통 데이트는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어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숨기려고 한다"면서 "데이트 폭력이 은폐되는 가운데 피해자가 고통받는 기간이 연장되거나 폭력의 정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변 교수는 "가해자가 데이트 폭력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폭력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허초이(24)씨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그 친구는 맞아도 다음 날 남자친구가 잘해주면 마음이 흔들려 그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길 듀오 과장은 "일부 여자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며 데이트 폭력을 견디곤 하지만 가해 남성이 오히려 피해여성을 우습게 보고 폭력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소 조치 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많은 피해자들이 데이트 폭력과 사랑을 착각한다"면서 "데이트도 하나의 인간관계인 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왜곡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데이트 폭력을 거부하고 반드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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