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시리즈 폴 그린그래스 감독 "'제이슨 본' 만든 이유요?"
본은 여전히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군중 속을 빠른 걸음으로 망설임 없이 움직인다. 간결하면서도 강력해 폭발력을 가지는 본 특유의 전투 기술도 여전하다. 개인과 집단, 자유와 통제를 관통하는 이 영화의 논쟁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근접 촬영과 빠른 화면 전환, 잘게 나눈 컷으로 긴장감을 고조해가는 촬영·편집 솜씨 역시 명불허전이고, 이렇게 형성된 긴장감을 느린 화면 전환과 롱테이크로 더욱 끌어올리는 재주도 살아있다.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이슨 본'을 첩보 액션의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데는 무리가 없다. 배우 맷 데이먼과 함께 '본' 시리즈의 신화를 만든 폴 그린그래스 감독('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연출)으로부터 '제이슨 본'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너무나 기다리고 있잖아요!" 지난 2007년 데이먼과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얼티메이텀'을 끝내며 이 시리즈로 복귀할 일은 없을 거라고 완곡하게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제러미 레너 주연의 '본 레거시'(감독 토니 길로이, 2012)에 대한 관객의 실망은 결국 데이먼과 그린그래스 감독을 향한 강력한 복귀 요청으로 이어졌다.
그린그래스 감독은 "데이먼의 이 말이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 후속작 제작에 대해 고민하면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며 "결국 우리는 관객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왜 '제이슨 본'인가? 맷 데이먼이 출연한 세 편의 '본' 영화,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그리고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는 '본 레거시'까지 이 시리즈의 제목은 모두 '본 OOO'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제목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상반된다. 한쪽에서는 주인공 '제이슨 본'을 잘 살린 제목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시리즈의 연속성과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제목을 어떻게 정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가제가 '제목 미정의 본 프로젝트'였으니까. 그러던 중 영화사에서 그냥 '제이슨 본'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린그래스 감독은 '제이슨 본'과 전작들의 차이를 사이버 정보요원의 유무에서 찾는다. 그는 "지난 10년간 세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사이버 정보요원의 중요도가 급부상했다는 거다. 만약 '본 얼티메이텀'의 시간적 배경이 된 시기에 사이버 부서가 에이전시(C.I.A) 내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제이슨 본'에는 문서 같은 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편인 '본 얼티메이텀'에서 본은 비밀 프로그램 블랙브라이어의 실체가 담긴 '종이' 문서를 C.I.A 핵심 간부의 금고를 뒤져 찾아낸다. ◇영화감독에게 중요한 건? 그린그래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일은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내고 그중 일부의 템포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 템포는 영화 내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촬영 현장 스태프의 템포"라고 했다. 그린그래스 감독은 "현장에서 정신없이 있다 보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며 "그러니까 한 샷 한 샷 찍을 때마다 방금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카메라·음향·배우의 연기 모든 것이 조화로운지 끊임없이 정비해두는 게 감독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