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걷기왕' 하면서 처음 연기했을때 감정 다시 느껴"
심은경이 슬럼프에 빠진 건 이때였다. 인기에 취할 법도 하고 자신감에 빠질 만한 상황이지만, 그는 천천히 자신의 연기를 복기했다. "진심은 없고, 계산된 연기만 하는 것 같았어요." 2010년 이후 심은경이 출연한 영화·드라마는 무려 10편,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는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해답을 찾지 못하자 슬럼프가 찾아왔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에 지쳐가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 '걷기왕'(감독 백승화)이다. 이 작품은 청춘영화이지만, 이 장르의 통상적인 궤도를 역주행한다. '걷기왕'의 청춘은 나를 '하얗게 불태워' 꿈을 향해 전력질주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이건 '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되묻는 청춘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남들의 기준에 꼭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영화의 메시지에 심은경은 말 그대로 공감했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고,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걷기왕'을 하면서 처음 연기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어요. 그게 초심이겠죠. 연기를 꽤 오래 하다 보니(2004년 데뷔) 습관처럼, 일처럼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예전처럼 즐기면서 했습니다. 관객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고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경보 선수라는 목표가 생긴 만복에게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꿈은 끝이 없는 거란다", "다른 사람들 다 목숨 걸고 하고 있어" "모든 건 다 정신력 문제야" 등. 만복은 이런 말들에 휩쓸려 더 빠르게 걷기 위해 훈련에 매진한다. "저도 그런 말들을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으면 '할 수 있어' '걱정하지마 지금처럼만 하면 돼' '맘만 먹으면 못할 게 없어'라고 하는 거죠. 제가 들어봤던 말들이에요. 이런 대사들도 그렇고, 만복이가 마치 저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평소 모습으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심은경은 '걷기왕'에서 편해 보인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다시피 하는 그는 주연 배우라는 부담감을 짊어지고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심은경처럼 가볍게 화면 속을 오간다. 코미디 연기의 과장스러움은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캐릭터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 인물이 나라면 어떨지 생각하는 거죠. 그냥 저답게 연기하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