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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걷기왕' 하면서 처음 연기했을때 감정 다시 느껴"

등록 2016-10-19 09:11:58   최종수정 2016-12-28 17: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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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써니'(736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명), '수상한 그녀'(865만명)가 연달아 거대한 성공을 거두자 배우 심은경(22)은 '최연소 흥행퀸'으로 불렸다.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한국영화계에서 점차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대형 여배우급 재능의 탄생이라는 것 또한 그에게 쏟아진 상찬(賞讚)이었다.

 심은경이 슬럼프에 빠진 건 이때였다. 인기에 취할 법도 하고 자신감에 빠질 만한 상황이지만, 그는 천천히 자신의 연기를 복기했다. "진심은 없고, 계산된 연기만 하는 것 같았어요." 2010년 이후 심은경이 출연한 영화·드라마는 무려 10편,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는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해답을 찾지 못하자 슬럼프가 찾아왔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에 지쳐가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 '걷기왕'(감독 백승화)이다. 이 작품은 청춘영화이지만, 이 장르의 통상적인 궤도를 역주행한다. '걷기왕'의 청춘은 나를 '하얗게 불태워' 꿈을 향해 전력질주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이건 '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되묻는 청춘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남들의 기준에 꼭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영화의 메시지에 심은경은 말 그대로 공감했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고,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걷기왕'을 하면서 처음 연기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어요. 그게 초심이겠죠. 연기를 꽤 오래 하다 보니(2004년 데뷔) 습관처럼, 일처럼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예전처럼 즐기면서 했습니다. 관객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고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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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경이 연기한 '만복'은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특이한 게 있다면 심한 멀미로 차틑 타지 못한다는 것. 만복은 두 시간 거리인 학교를 매일 걸어 다녀야 한다. '꿈을 향한 열정'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재능을 찾아주려 하고, 만복이 걷기를 잘한다는 것에 착안,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 선수가 될 것을 권유한다.

 경보 선수라는 목표가 생긴 만복에게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꿈은 끝이 없는 거란다", "다른 사람들 다 목숨 걸고 하고 있어" "모든 건 다 정신력 문제야" 등. 만복은 이런 말들에 휩쓸려 더 빠르게 걷기 위해 훈련에 매진한다.

 "저도 그런 말들을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으면 '할 수 있어' '걱정하지마 지금처럼만 하면 돼' '맘만 먹으면 못할 게 없어'라고 하는 거죠. 제가 들어봤던 말들이에요. 이런 대사들도 그렇고, 만복이가 마치 저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평소 모습으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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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경이 슬럼프를 지나고, '걷기왕'을 촬영하면서 한 일은 '내려놓음'이다. 나를 내려놓고 최대한 연기하는 인물에 다가가는 것, 그저 '연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인물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일이다. "예전에는 잘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못하며 스스로 지는 것 같고, 굴복하는 것 같았어요. 이제는 여유롭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연기도 더 잘 된다는 걸 지금은 느껴요."

 그의 말처럼 심은경은 '걷기왕'에서 편해 보인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다시피 하는 그는 주연 배우라는 부담감을 짊어지고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심은경처럼 가볍게 화면 속을 오간다. 코미디 연기의 과장스러움은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캐릭터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 인물이 나라면 어떨지 생각하는 거죠. 그냥 저답게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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