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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잡으니 강북 '후끈'…정부 규제 시그널, 또 실패하나?

등록 2016-10-21 09:21:32   최종수정 2016-12-28 17: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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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거듭된 정부의 잘못된 규제 시그널이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강남 3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자 강북권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등 '풍선효과'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 때도 '공급 물량 축소'라는 규제 시그널로 시장을 잡으려 하다가 오히려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해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2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마포구 신수1구역을 재건축한 '신촌숲 아이파크'의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3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9545명이 몰려, 평균 74.8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3만명은 올해 들어 강북권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수다. 평균 경쟁률도 마포한강아이파크가 세운 최고기록을 2주만에 경신하면서 올해 강북권 1위를 기록했다.

 마포지구는 전세가율이 높고 지리적 위치가 좋아 신촌숲 아이파크가 분양하기 전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비강남권은 전매제한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평소보다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고 시장 안정화를 생각했다면 강남 이외에 투기 과열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어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경기 위축을 고려해 실제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기 보단 경고 신호를 통해 부동산 심리를 다소 위축시키려 했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준비된 시그널을 줬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미 저금리로 인해 자금이 갈 데가 없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 이외에도 이미 서대문구나 마포구, 목동, 부산, 동탄2신도시 등이 과열되고 있었다"면서 "정부가 애초부터 시장 안정화를 염두에 두고 좀 더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면 시장이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가 8.25 가계부채대책을 내놓았을 때도 정부의 공급축소 시그널이 시장에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켜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도 국토교통부는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는 선에서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다만 공급과잉 이슈를 막기 위해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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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해 공급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부 지역의 공급 과잉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미분양이 큰 지역에서 추가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오히려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시행 한 달 동안 서울 매매가격을 1.21%나 부양시켰다. 다급해진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한 번 달아 오는 시장은 꺼질 줄 몰랐다.    

 이번에도 정부의 규제 시그널이 나온 지 얼마 안됐지만 신규 분양시장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수요자들이 정부가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카드를 실제로 꺼내기 힘들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건설사 역시 정부가 실질적인 규제 대신 시그널에 그칠 것으로 보고 다음달에 4만여가구의 분양물량을 시장에 쏟아낼 전망이다.

 정부가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아도 기존 분양 단지까지 소급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규제책이 시행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서둘러 청약에 나서자는 수요가 몰리는 탓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청약을 넣고 보자는 게 요즘 추세"라면서 "정부가 강남을 타깃으로 하는 규제 신호를 내면서 비강남권 아파트로 청약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정부의 시그널이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면 더 이상 규제 카드를 꺼내지 않고 경고 신호로만 그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팀장은 "정부도 특정 지역이 아닌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를 할 경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리저리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자꾸 헛발질을 할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돼 규제 카드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몰리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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