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 후 여당 대신 제3지대에서 머물 듯
일단 반 총장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다 최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밀려 2위에 처져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국내 상황과 민심의 변화 추이를 그가 모를리 없다. 따라서 내년 1월 귀국 후에 바로 새누리당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7일 "(반 총장은) 결코 병든 보수의 메시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한 상태라면 굳이 여당 쪽으로 오지 않을 것임을 전망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4일에도 "당이 완전히 버림받게 생겼는데 이런 당에 반 총장이 오겠느냐"고 반 총장의 새누리당 합류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반 총장 주변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 팬클럽 '반(潘)딧불이'가 오는 10일 개최하는 창립대회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 전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반 총장을 위한 팬클럽 창립대회를 대대적으로 치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 귀국하더라도 일단은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때까지 새누리당의 현격한 변화가 있지 않는다면 굳이 반 총장이 친박이 득세하는 '새누리호'에 승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계와 달리 '최순실 게이트'와 상대적으로 한발 비켜서 있는 비박계와는 전략적으로 소통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이정현 대표의 사퇴로 여당 내 친박계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면 반 총장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친박계를 단죄하고, 나아가 탈당한 박 대통령과도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할 경우 반 총장도 합류를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의 여당 합류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이른바 '제3지대'에 있는 세력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뛰쳐나와 합류한다면 이같은 시나리오가 내년 대선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반 총장이 안 전 대표나 손 전 대표와 같은 조건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를 것을 의미한다. 성사만 된다면 내년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은 분명하다.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지금과 같은 '마이웨이' 행보를 거듭하면 반 총장의 여당 행은 요원하고, 탈당 등의 조치에 나서면 다시한번 반 총장과 연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