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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대란②]식탁이 무섭다, '오락가락' 정부가 더 무섭다

등록 2017-09-05 1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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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살충제 성분이 적힌 계란 모형을 들고 '살충제 계란먹인 대한민국 전현직 책임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살충제계란 파동을 야기하고 악화시킨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전·현직 장관을 국민과 소비자 등을 대표해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7.08.23.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1. 주부 이영진(37·서울 잠실동)씨는 요즘 장보기가 두렵다. 지난봄까지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완전 식품'인 달걀 가격이 치솟자 마트 달걀 판매 코너에서 달걀에 선뜻 손을 대지 못 했다.
 
여름 들어 달걀 가격이 안정을 되찾으면서부터 달걀을 자주 사다 유치원생 딸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해주고, 오므라이스도 만들어줬다.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먼 나라 일이라 혀를 끌끌 찼을 뿐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회에서 "국산 달걀은 안전하다"고 공언하자 더욱 마음을 놓고 달걀을 더 샀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국산 달걀에서도 유럽처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농림축산식품부 발표가 나오자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달걀 중에 자신이 일부러 돈을 더 주고 사들인 것과 같은 '친환경' 달걀도 포함됐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달걀들을 모두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달걀에 함유한 살충제 성분은 극소량인 데다 몸에서도 곧 빠져나간다는 대한의사협회의 분석이 나왔다. 이씨는 이에 안도했으나 달걀을 딸에게 먹이기는 아직 부담스러워 그냥 남편과 이를 다 먹기로 했다.  

#2.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 허지훈(33·서울 상수동)씨는 올해 수입이 신통치 않다.
 
지난겨울엔 AI 여파로 달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데다 값도 크게 올라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 일부 손님은 달걀은 물론 닭 요리마저 기피해 관련 매출도 격감했다.
 
얼마 전부터는 살충제 달걀 사태로 달걀이 들어가는 요리를 아예 팔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달걀 공포가 손님들 사이에서 사그라지나 싶어지자 이번에는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유럽산 돼지고기 문제가 불거졌다.
 
유럽산 돼지고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집에서 와인 안주로 인기를 끌던 유럽산 하몽과 살라미가 직격탄을 맞았다.
 
식감이 좋아 고객이 좋아하는 독일산 소시지야 70도 이상으로 삶거나 구우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니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하몽과 살라미는 그렇게 고온으로 가열해 먹는 것이 아니니 더는 팔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하몽은 돼지 다리 하나 단위로 구입한 것으로 이미 조금씩 썰어 팔아 반품할 수도 없고, 가격도 만만찮아 적잖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결국 술 안주로 자신이 다 먹어버릴 생각이다.

'AI, 브라질 닭고기 파동, 분쇄육 햄버거, 질소 과자, 살충제 달걀, 간염 소시지...'
올들어 대한민국을 강타한 '식탁 대란' '먹거리 대란'의 장본인들이다. 국민은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느냐"며 불안에 떠는데 정부는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지 못 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줘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내를 강타해 양계부터 치킨 프랜차이즈까지 산업 전반을 뒤흔들어놓았던 AI는 이후 퇴치되기는커녕 오히려 조금씩 세력을 확장했다. 이제는 사실상 일 년 내내 창궐하는 토착 동물 전염병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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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브라질 부패 닭고기 파동이 일자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매대에서 브라질 산 닭고기를 철수 시키고 있다. 사진은 22일 대구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내산 닭 고기. 2017.02.22 soso@newsis.com

 
연초에는 브라질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유통기한을 넘긴 고기에서 썩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금지된 화학약품을 쓰고, 유통기한을 위조해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브라질은 세계적인 닭고기 산지로 국내에서도 저렴한 브라질산 닭고기를 수입해 '순살치킨' 등에 많이 사용해왔다. 대형마트 3사가 판매를 중단하고, 식품업계 역시 브라질산 닭고기 발주를 중단했다. 소비자도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제품을 기피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 7월5일에는 4살 여아가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먹은 뒤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 진단을 받아 신장의 90%를 잃고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이 질환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하는 것으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된 후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 하면서 독이 쌓여 발생한다.
덜 익힌 다진 고기를 통해 대장균이 침입해 감염된다는 사실에 햄버거 뿐만 아니라 안심스테이크, 돈가스 등 분쇄육으로 만든 제품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일부 학교 등에서는 관련 제품을 급식 메뉴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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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신장장애를 갖게된 피해 어린이 어머니 최은주 씨와 법무법인 혜 황다연 변호사가 검찰고소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해 가족측은 어린이가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를 먹고 용혈성 요독증후군 신장장애를 갖게돼 검찰에 고소장 접수와 매장 CCTV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2017.07.05. photocdj@newsis.com

 
8월 초에는 충남 천안시 한 초등학생이 액체질소가 든, 일명 '용가리 과자'를 먹고 위에 직경 5㎝ 천공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고가 발생한 뒤 부랴부랴 액체질소 잔류 식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또 식품첨가물 취급관리 강화안도 발표했다.

국민 불안이 가중하는 가운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살충제 달걀'이다. 이는 AI 같은 전염병이 아니라 인재여서 충격이 더욱 크다.
AP통신, BBC 등 외신은 지난 8월6일(현지시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생산돼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판매된 달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벨기에 식품안전 당국이 이미 지난 6월 초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다른 국가들에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당시 이를 놀라운 국제 뉴스 정도로 치부했다. AI 사태로 외국산 달걀을 수입하기는 했으나 네덜란드나 벨기에산 달걀이 수입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식품 안전을 책임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8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살충제 달걀 파문을 거론하며 "지난해와 올해 조사한 결과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자신해 국민은 안심하고 달걀 요리는 물론 날달걀까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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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9일 오전 충북 오송 식약처에 마련된 '살충제 달걀 긴급대응본부'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계란 살충제 대응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2017.08.19.  ppkjm@newsis.com

 
그러나 8월14일 상황이 돌변했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일부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등 농약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해당 달걀을 전량 회수 조치하는 한편, 지난 8월15~18일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와 추가 보완검사를 벌였다.
그 결과, 총 52개 농장이 부적합으로 판정됐고, 달걀 451만1929개를 압류·폐기했다. 부적합 52개 농장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피프로닐(8개 농장), 비펜트린(37개 농장), 플루페녹수론(5개 농장), 에톡사졸(1개 농장), 피리다벤(1개 농장) 등 총 5개다. 이 중49개 부적합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 유통 단계를 추적해 163개 수집·판매업체에서 418만3469개(92.7%), 840개 마트·도소매 업체에서 29만2129개(6.5%), 9개 제조가공업체에서 2만1060개(0.5%), 605개 음식점 등에서 1만5271개(0.3%)를 압류해 폐기했다.
국민 불안이 가중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월21일 진화에 나섰다.

양 부처는 전수 검사 과정에서 검출된 살충제 5종에 대한 만성 위해도 평가 결과에서 "평생 살충제가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매일 먹어도 건강상 유해하지 않으며,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에 가장 많이 오염된 계란을 1~2세 아이의 경우 하루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의구심과 불안감을 불식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에도 유럽이 진원지다.

 영국에서 최근 E형 간염(HEV G3-2) 환자가 급증했는데 그 원인으로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독일과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만든 소시지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 돼지고기는 직접 수입되진 않았으나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은 국내에도 수입돼 고급 식품으로 판매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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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고 있는 독일을 비롯 유럽산 원료를 사용한것으로 확인된 가공육 제품 판매를 중단한 2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관계자가 햄·소시지 코너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롯데마트는 해당 제품을 전날밤부터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판매금지 조치했다. 홈플러스도 같은 회사의 베이컨 2종을 이날부로 일시 판매 중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판매 중단 조치가 없다"고 밝혔다. 2017.08.25. myjs@newsis.com

 
식약처는 8월25일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의 유통을 잠정 중단시켰다.
 
이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날부터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고 있는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가공육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대상 청정원의 베이컨 제품, 이마트·롯데마트 PB 제품들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문제가 된 것은 아니지만, 고객 불안을 고려해 스페인산 하몽과 살라미 등 유럽산 가공육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CJ제일제당도 독일산 돼지고기 원료 사용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산 가공육 제품은 국산 등 대체품이 충분한 소량 수입품인 데다 유통경로 파악이 잘 돼 달걀만큼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식약처는 수입 식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정밀 검사와 무작위 검사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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