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이란 핵협정 파기, 트럼프가 한 가장 멍청한 결정"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 보낸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수전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란 핵협정 파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가장 멍청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오피니언 면에 기고한 칼럼에서 "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강요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자유로워지게 됐으며, '변덕스러운(inconstant)' 미국을 동맹국들로부터 고립시키고, 훨씬 더 안전하지 못하게 만들게 됐다고 우려했다. 라이스는 이란 핵협정이 그동안 의도대로 작동해왔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정보당국, 유엔 안저보장이사회,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들 역시 이란이 핵협정에 따른 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협정은 신뢰에 관한 것이 결코 아니라, 영구적인 엄중한 검증에 관한 것이었다(This agreement was never about trust. It is about stringent verification — in perpetuity)"며 "협정은 이란이 핵무기를 얻을 수있는 모든 잠재적 통로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라이스는 "이제 이란은 협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고도 핵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협정을 위반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파기 결정으로 인해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 면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그 어떤 위반사례가 없는 국제적 협정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미국의 신뢰성과 책임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훼손했다"고 라이스는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파리기후협정도 폐기했지만, 이란 핵협정 파기는 앞선 두 사례 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협정 체결국들이 이란에 충분한 교역과 투자혜택을 계속 제공할 수있게 된다면 이란이 협정에 남아있겠지만, 미국이 이란과 교역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제재를 부과하게 되면 협정을 더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라이스는 이란이 핵무기비확산협약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중동지역에서 이란이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스는 이란 핵협정은 이란 핵활동에 관한 것이지, 이란이 인접국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행위나 테러를 지원하는것,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 애당초 아니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번 핵협정 파기의 이유로 이란이 시리아와 예멘 사태에 개입하고 테러 조직을 지원한 것을 지적했다. 라이스는 이란이 핵협정 파기 이후 핵활동을 재개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도 핵 능력을 가지려 들 것이며, 핵협정을 싫어했던 이란 내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처럼 상대적으로 온건한 세력이 밀려나게 돼 지역의 불안정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틈을 타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은 이란과 갈등을 벌이면서 미국을 그 속에 끌어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미국은 전쟁을 벌이던지, 핵무장을 한 이란을 묵인할 것인지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파기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 중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협상을 저버릴 수있음을 보여준 마당에 김정은이 왜 핵과 미사일 능력을 포기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멍청하며 향후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국가안보 결정을 내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 전임자,유럽국가들, 이란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책임으로 비난하겠지만, 결과에 책임질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우리의 레킹볼(철거용 쇳덩이) 최고지도자' 뿐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