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협정 탈퇴...美-유럽 무역전쟁 기름부어
美 '세컨더리 제재'로 유럽 기업 옥죄면 EU도 맞관세 가능
2015년 7월 이란 핵협정 체결 이후 미국보다 발빠르게 이란에 기업들을 진입시킨 유럽국들은 협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 온 미국의 탈퇴로 경제적 손해를 입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란 제재를 부활시키느냐다.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들도 제재)를 밀어붙일 경우 유럽국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CPOA는 다자협정이지만 미국은 탈퇴한 뒤 세컨더리 제재 통해 해외 기업들과 이란의 거래를 차단할 힘을 충분히 갖고 있다. 이란 제재에 동참 않는 기업에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 진입을 금지한다고 엄포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JCPOA 서명에 참여한 유럽 3개국(E3. 영국, 프랑스, 독일)은 미국의 결정과 상관없이 협정에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자국 기업들의 이익과도 밀접한 사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국들이 협정에 남아 있어도 미국의 제재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미국 내 사업 규모가 크거나, 거래에 달러화나 미국 은행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는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에 이란 제재로부터 유럽 기업들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이 잘풀리지 않으면 유럽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두 동맹 사이 '미니 무역 전쟁'과 주요 국제 안보 이슈에 관한 이견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ABC뉴스는 지적했다. 마야 코치얀치크 유럽연합(EU) 대변인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JCPOA 탈퇴에 대비해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 중동에서 사업하고 있는 국제 기업들과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이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고르넬리오 아데바르는 "이란을 핵협정에 붙잡아 두려면 EU는 미국의 탈퇴가 얼마나 심각하고 즉각적인 것으로 드러나는 대로 유럽기업들과 이란의 무역을 허용할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