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토탈·폭스바겐 날벼락…美 이란 핵협정 파기 일파만파
계약 규모 42조원 달하는 보잉·에어버스가 최대 피해이란 진출했던 폭스바겐·푸조·GE도 철수 위기프랑스 토탈은 2조원 규모 천연가스 생산 계약 날릴수도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로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가 낮아지자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란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앞다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진출한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CNN은 항공, 자동차, 호텔,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이 제재 완화 후 해외 기업들과 맺은 가장 큰 거래는 항공기 도입 계약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보잉과 에어버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손실은 최대 39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잉은 지난 2016년 이란에 777 기종 등 80대의 항공기를 공급하는 1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1차 인도는 올해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보잉은 또 지난해 4월에는 이란의 다른 항공사와 737 맥스 기종 30대를 30억 달러에 판매하는 합의도 이뤘다. 보잉의 라이벌인 에어버스도 현재까지 이란 항공사와 100대의 항공기를 190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3대의 항공기가 인도됐다. 미국은 이날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두 회사에 대한 판매 허가를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에 상업용 비행기, 관련 부품·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는 허가는 90일 뒤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정부와 다음 단계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성명에서 "신중하게 발표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우리의 정책과 일치하고 수출 통제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는 다음 단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기계류 생산 업체들과 에너지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이란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던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PSA)은 철수 위기에 처했다. 이란 제재 해제로 연간 300만대의 자동차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계열사들은 지난해 이란에서 석유·가스 생산 프로젝트와 석유·화학 장비 공급 계약 등을 통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GE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법에 따르기 위해 우리의 활동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은 지난해 7월 중국 업체와 공동으로 이란 남부 파르스 지역에서 향후 20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이 계약은 무효화될 위기에 처했다. 항공과 호텔, 여행 업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이후 이란은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이에 따라 영국항공과 루프트한자 등 유럽 항공사들은 직항 노선을 신설했다. 또 여행사들은 이란에 대한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섰다. 프랑스 아코르 호텔은 국제 호텔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5년 이란에 문을 열었다. 스페인 멜리아 호텔과 아랍에미리트의 로타나 호텔도 이란에 호텔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