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으로 드러난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성공은 '글쎄'
美의 군사경제력 적극 활용..."달러와 미사일 파워"레이건식 외교 계승?...냉전 때와는 다른 세계 지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월한 군사경제력을 활용해 냉전 직후와 같은 무소불위 미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그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반대 결과를 낳을 거란 우려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한 중간 선거 유세에서 "가짜 뉴스들은 모두 '그가 우리를 핵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당신을 전쟁으로 몰아 넣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나약함, 나약함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츠 타임스의 니르말 고쉬 미국 지부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16개월 만에 그가 주장하는 '힘을 통한 외교'의 형태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우선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는 전임 미 정부가 지나치게 나약했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그는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이 어떤 식으로 자국의 뜻을 밀어붙일 수 있는 지를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욕적으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한을 비롯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미국에 안보 위협을 가하는 대상들에 대해 거리낌없이 군사 행동을 경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동맹들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동맹들과 체결한 다자협정을 하나둘씩 탈퇴하고, 무역 규제를 통한 상대국 길들이기를 실행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연구원은 "우리와 함께 하는 게 아니면 우리에게 반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당신은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러기 싫다면 우리가 당신을 끌고 간다'고 말하고 있다"고 CNN방송에 설명했다. 정치논평가 페기 그란데는 폭스뉴스 기고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품은 '힘을 통한 평화'의 믿음을 현명하게 계승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의 레이건과 현재의 트럼프는 전쟁이 필요하지 않길 바라며 평화를 위한 올리브가지를 건네되, 상대국에 미국의 능력과 힘을 인지시키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란데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레이건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핵군축을 협상할 때 자주 인용한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라는 격언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하며 자기중심적 외교가 미국의 가치와 신뢰를 훼손하고 동맹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동맹의 도움이 긴요한 상황에서 미국의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지난 5월 한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간의 신뢰를 무시하는 어조를 택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과 우리의 관계는 친구라고 부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 안보를 기대지 않는 '유럽 홀로서기론'을 거듭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 언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방심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지만, 지난달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못해 곤혹을 치렀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쉽이 잠재적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