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대법서 일부인정…이재용엔 불리
대법 "朴의 직접 지시 증거로 인정"박근혜·최순실 2심 같은 취지 판단이재용 2심, 증거능력 아예 불인정파기환송심서 유죄 증거로 쓰일 듯
증거능력을 아예 인정하지 않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여서 이 부회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순실(6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안종범(60)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건훈씨는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11권)와 박영수 특별수사팀(32권)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제출했다. 이 수첩들은 이 부회장 구속의 핵심 증거가 되면서 '스모킹 건'으로 불렸다. 김씨가 제출한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개별 면담에서 나눈 대화를 안 전 수석에게 불러준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1, 2, 3차 독대가 이뤄지는 동안 삼성이 최씨 측에 지속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도 박 전 대통령 등 1심과 마찬가지로 정황증거로 사용했다. 반면 집행유예로 감형한 2심은 대통령 지시 및 면담내용 부분 모두 정황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라면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죄 증거가 더해진 셈이다. 대법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 등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안 전 수석이 사무 처리의 편의를 위해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을 기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직접 지시한 내용은 증거로 인정되고, 이 부회장의 면담내용을 전달한 부분은 근거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안종범 업무수첩 중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인 안 전 수석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경우이므로 진술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전문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안종범 업무수첩이 '특별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지 문제될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어야 할 문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신 상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형사소송법 용어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말한다. 개별 면담 대화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전문진술로 쓰이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이 정한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신 상태에서 한 것인지 증명돼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성 전 회장이 죽기 전에 남긴 메모가 이에 해당돼 논란이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