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한일전 졸전…'반쪽' 벤투호 우려가 현실로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부상·코로나 여파로 불참이강인 제로톱 실패…2011년 삿포로 참사 재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 한일 축구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지난 2011년 8월 삿포로(0-3 패배) 원정 이후 약 10년 만에 열린 80번째 한일 친선 경기에서 벤투호는 주축 선수 이탈로 인한 전력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한일전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벤투호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15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최종적으로 차출이 불발됐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 랭킹 상위권을 달리는 손흥민의 차출 불발은 벤투호에 큰 타격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희찬(라이프치히)도 소집 명단에 올랐다가 독일 작센주 보건 당국의 격리 규정에 따라 차출이 무산됐고, 황의조(보르도)도 구단 방침에 의해 빠졌으며, 소속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재성(홀슈타인 킬)도 소집에서 제외됐다.
악재는 출국 직전까지 계속됐다. 주세종(감바오사카)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낙마했으며, 엄원상(광주), 윤빛가람(울산)은 K리그1 경기를 뛰다 부상을 입었다. 벤투 감독은 대체자로 조재완(강원), 이진현(대전), 김인성, 이동경(이상 울산)을 대체 발탁했으나, 한일전에서 중용 받지 못하는 등 갑작스러운 변화로 혼란만 겪었다. 또 국내파 차출 과정에서 벤투 감독이 프로 구단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7명의 선수가 차출된 홍명보 울산 감독이 소통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2군에 가까운 '반쪽 대표팀'이란 우려는 한일전 패배로 현실이 됐다.
큰 기대를 받았던 이강인과 FC서울에서 시즌 초반 날카로운 발끝을 자랑했던 나상호는 전반 45분만 뛰고 교체됐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벤투호 황태자 남태희(알사드)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비도 불안했다. 김민재가 빠진 포백 중앙 수비에는 김영권의 파트너로 이번 시즌 광저우 헝다(중국)에서 임대로 수원FC에 입단한 박지수가 호흡을 맞췄으나, 훈련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조직적인 커버가 부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이동 제한도 선수단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 22일 일본 입국 당시 공항 수속에만 2시간이 걸렸고, 23일에는 일본 대표팀 사이토 도시히데 코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경기 직전에도 대표팀 숙소의 경비 담당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다행히 선수단 내 밀접 접촉자는 없어 경기는 예정대로 정상 진행됐으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낯선 원정에서 분위기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한일전은 3월 예정됐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코로나19 여파로 6월로 미뤄지면서 일본축구협회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문제로 제대로 된 A매치를 치를 수 없게 된 한국엔 몇 안 되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여러 변수로 인한 '반쪽' 대표팀 구성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한일전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