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②]만화 같았던 손흥민의 세 번째 월드컵, 비로소 웃었다
월드컵 개막 2주가량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마스크 투혼 발휘하며 12년만의 월드컵 16강 견인차 역할조별리그 1·2차전 침묵하다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16강 이끄는 결정적 도움2014 브라질월드컵·2018 러시아월드컵 고개 숙였으나 세 번째 만에 환희의 눈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완패했다. 세계 최정상 전력의 브라질에 힘없이 무너졌지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 손흥민은 헤더도 피하지 않으며 달렸다. 그렇게 12년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큰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중심에서 견인차 역할을 손흥민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월드컵의 추억이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고전하며 우루과이, 가나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유효슈팅을 단 1개로 때리지 못했던 손흥민은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16강 진출을 이끄는 황희찬(울버햄튼)의 역전 결승골을 도우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고, 감격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다. 2전3기의 순간이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오른 건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에 나섰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브라질 대회에선 러시아와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1승 제물로 여겼던 알제리에 2-4로 완패하며 스텝이 꼬였다. 벨기에와 최종전에서 0-1로 져 1무2패로 탈락했다. 러시아에서도 1승2패로 탈락했다. 1·2차전에서 각각 스웨덴(0-1), 멕시코(1-2)에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나이로 서른한 살인 손흥민에게 세 번째 월드컵인 이번 대회가 특별하고, 동기부여가 더욱 강했던 배경이다. 사실 손흥민은 대회를 앞두고 엄청난 벽을 만났다. 부상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소속팀 토트넘의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왼 눈 부위 뼈가 부러지는 안와골절을 당했다. 월드컵 개막이 약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더니 기어이 구단이 특수 제작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벤투호에 합류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 주위는 여전히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뜨거운 날씨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마스크 착용은 손흥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계속 고쳐 쓰고, 땀을 닦으며 예열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전 경기(4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2차전까지 뚜렷한 포인트가 없자 일부 극성 팬들은 손흥민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담담하게 버텼다. 뼈가 실처럼 겨우 붙기 시작했지만 헤딩을 마다하지 않았고, 다급한 나머지 포르투갈전에선 마스크를 벗어 손에 쥐고 달리기도 했다. 손흥민은 16강 숙원을 이루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며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기다렸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월드컵 통산 3골로 안정환, 박지성(이상 은퇴)과 함께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의 주인공이다. 세 차례 월드컵을 통해 성장한 손흥민이 부상을 극복하며 선보인 마스크 투혼, 16강 결실은 흔한 만화책의 이야기같지만 현실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