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 8대 법인차"…'탈세' 수단 부작용 [슈퍼카공화국②]
정부, 기업 활동 지원 위해 법인차 세금 감면오너 일가 등 세금 탈루 편법으로 악용되기도괸리·감독 부실 논란에 정부 '전용 번호판' 도입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고가 수입차 10대 중 8대는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초고가 차량으로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도 포함된다. 정부는 최근 탈세 도구로 악용되는 법인차에 제동을 걸겠다며 전용 번호판 도입을 공식화했다. 2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법인차 운행차량 현황 분석 결과 국내에서 운행 중인 슈퍼카 4192대 중 3159대(75.3%)가 법인 등록 차량이다. 슈퍼카의 10대 중 8대가 법인 차량인 것이다. 브랜드별로 람보르기니는 1689대 중 1037대(80.7%)가 법인차였다. 이어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 소유였다. ◆'무늬만 법인차'…대학생 자녀도 내 차처럼 고가 수입차에 유독 법인차가 많은 이유는 세제 혜택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이 구매·리스한 업무용 차량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현행법상 차량 감각상각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 차량유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인정된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경비를 한도 없이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들이 늘며 '무늬만 법인차'라는 비판이 나온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은 시가 3억원이 넘는 포르쉐 911 타르가를 업무용으로 리스해 1억916만원 상당을 회삿돈으로 지급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 외에도 테슬라 모델X, 페라리 488 피스타, 포르쉐 타이칸, 레인지로버의 구입·리스 비용 10억원을 회사에 부담시킨 혐의도 받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법인차로 배우자의 개인 일정이나 자녀 학교·학원 통학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적발된 한 사업가도 고가 수입차 6대를 회사 명의로 보유했다. 이 사업가는 본인과 배우자, 대학생 자녀 2명의 자가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세무조사도 받았다. 이 가족을 포함해 당시 집중 세무조사 대상으로 오른 24명 중 9명은 법인 명의로 총 41대, 102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굴리고 있었다.
◆ 오는 7월부터 연두색 명찰 다는 법인차 법인차가 '꼼수 탈세' 대상으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늘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까지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신규 등록하는 법인차에 연두색 바탕의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막을 규제는 허술하다는 비판이다.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국민적 호응은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가 법인차 전용 번호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