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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령회사' 소행?…레바논 '삐삐 폭발' 미스터리

등록 2024-09-19 15:36:38   최종수정 2024-09-19 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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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골든아폴로' 제품…"헝가리 회사가 생산"

헝가리 소재 BAC 컨설팅 "중개만 할 뿐" 부인

"BAC는 이스라엘의 유령회사…헤즈볼라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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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 병원 응급실 앞에서 무선 호출기 폭발 사건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 이번 공격 배후가 이스라엘이 세운 유령회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4.09.19.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레바논에서 무선 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연달아 동시다발 폭발하는 유례 없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과 헝가리가 자국 회사와 무관하다고 부인하는 가운데, 해당 호출기가 이스라엘 유령회사가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만社 호출기…업체는 "헝가리 회사가 제작"

1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레바논에서 폭발한 호출기는 '골드아폴로'라는 대만 회사 제품 AR924로 파악된다.

골드아폴로는 1995년 설립된 저가 전자기기 제조사로, 타이베이 교외에 위치해 있다. 40명 규모 작은 회사로,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진동벨이 대표 제품이다.

골드아폴로는 초기 성명에서 해당 호출기를 생산하지 않았으며, 약 2년 전 자사 브랜드와 상표를 라이선스한 외국 회사에서 만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성명에선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기반 BAC 컨설팅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골드아폴로 브랜드와 상표로 지정된 지역에서 호출기를 설계, 제조 및 판매하는 조건의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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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베이=AP/뉴시스] 골드아폴로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쉬칭광이 지난 18일 대만 신베이에서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쉬 회장은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헤즈볼라 무선호출기는 우리의 상표만 붙이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2024.09.19.

◆의문의 BAC 컨설팅…대표 "난 중개만 할 뿐"

헝가리 기업 정보에 따르면 BAC 컨설팅은 현재 크리스티아나 로사리아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라는 49세 여성이 2022년 5월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약 80만 달러(10억6700여만원) 매출을 올렸다.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SOAS와 런던정경대학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자택 주소는 부다페스트 북부 고층 건물로, 이웃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그를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본사는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했다. 유의미한 활동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이날 두 남성이 검은색 벤츠 세단을 타고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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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아나 로사리아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라 BAC 컨설팅 설립자 링크드인 프로필. (사진=링크드인 갈무리) 2024.09.19.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는 샌프란시스코에 주소를 둔 '이든 글로벌 임팩트'라는 회사 웹사이트에도 등장한다. 태양열 발전기, 정수 시스템, 독립형 위성 분사형 전화기 등을 판매한다고 소개했다.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는 이날 미국 NBC와 통화에서 "호출기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난 그저 중개자일 뿐이다"라며 이번 일에 무관하다고 선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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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AP/뉴시스] 레바논에서 동시다발 폭발한 무선 호출기를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헝가리 회사의 부다페스트 본사 건물 앞에서 18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이 취재 중인 모습. 2024.09.19.

◆BAC는 이스라엘 유령회사?…"폭탄 탑재한 호출기 헤즈볼라에 판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통상 국외 작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헤즈볼라는 예비 조사에서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레바논으로 운송되는 호출기를 가로채 소형 폭발물과 부품을 포장한 뒤 동시 폭발시켰을 것으로 판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전현직 국방·정보 관리 12명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이 오랜 기간 준비한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가 지난 2월 대원과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을 버리라고 지시하기 전부터 이스라엘은 국제 호출기 생산업체로 위장할 유령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BAC 컨설팅이 그중 하나라고 이스라엘 정보 장교들은 전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호출기도 제작했지만, 주요 타깃은 헤즈볼라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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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벡=AP/뉴시스]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동부 바알벡 한 주택에서 폭발한 무전기. 사진은 영상 갈무리. 2024.09.19.

헤즈볼라에게 판매하는 호출기엔 폭발물 PETN이 장착된 배터리를 탑재했다. 2022년 여름부터 레바논에 소량 판매했으며, 지난 2월 나스랄라가 휴대전화 폐기 명령을 내린 이후 레바논 유입량이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은 언제든 폭발기를 작동시킬 준비가 돼 있었다. 지난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와 전투로 피란 간 주민들의 귀환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작전이 실시됐다.

통신 장비를 이용해 첩보 목표물에 침투한 경험이 있는 한 소식통은 FT에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본 적도 있다"며 "하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장비에 동시 공격을 가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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