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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인재유치 '전쟁 중', 한국은 답이 없다[대기업 고령화②]

등록 2025-08-09 10:01:00   최종수정 2025-08-12 0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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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도 아깝지 않다"…글로벌 '인재 전쟁' 발발

국내선 언감생심…신규 채용 어렵고, 젊은층 이탈 가속

"인재에 생존 달려" 육성 만큼, 유출 막을 방안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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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AP/뉴시스] 마크 저커버그(오른쪽)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9일(현지시각)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콜로라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에 참석해 재킷을 교환한 후 웃고 있다. 저커버그는 황과 대담에서 "모바일 시대엔 애플이 승리한 것 같지만 다음 세대에는 AI 오픈 생태계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30.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지난해 기준 해외에 체류 중인 이공계 한국인 유학생은 2만977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취업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과학기술인력 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 후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2023년 기준 14만4000명에 달했다.

국내 대학을 나온 뒤 해외 취업에 나서는 숫자까지 합치면 한국 밖에서 일하는 기술 인재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 인재 경쟁력 종합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두뇌 유출지수는 세계 30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고급인재에게 한국은 삶의 질이나 임금 수준, 생활 물가 등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해외에선 부르는 게 값…치솟는 인재 '몸값'
미국은 매년 유학생들에게 학부 졸업생과 석사 이상 대학원 졸업생 등 수십 만명에게 취업 비자를 내준다. 기술 인재가 자국에 남도록 하려는 차원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학사 이상의 고급인력에게 발급한 임시 취업 비자 'H-1B' 중 한국인은 모두 2만168명이다. 매년 미국으로 2000여명의 인재 유출이 발생 중이다.

젊은 인재들이 미국 등 해외에 정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보상이 뒤따른다.

미국 인구 조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인 센서스국(Census Bureau)이 발표한 학위별 중간소득 자료에 따르면,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전공은 엔지니어링(Engineering)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지난 2023년 기준 연 11만1600달러(1억4430만원)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인공지능) 선도 업체인 엔비디아에서 직원 절반 이상은 22만8000달러(3억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인재 선점을 위한 보상도 갈수록 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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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학사 이상의 고급인력에게 발급한 임시 취업 비자 'H-1B' 중 국적인 한국인인 사람은 모두 2만168명이다. 매년 미국으로 2000여명의 인재 유출이 발생 중인 것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메타는 최근 150억 달러(20조원)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해 AI 데이터 인프라 스타트 업인 스케일AI(Scale AI) 사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을 영입하기 위해서다.


◆신규 채용 좁아지고…대기업은 조직 슬림화
그러나 이 같은 기술 인재 유출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신규 채용 문이 좁아지고 있어 취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국내에선 삼성을 제외하면 4대 그룹 중 정기 공채를 실시하는 회사가 없고, 대부분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진행한다.

일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생은 "졸업은 했지만 한국에선 취업이 너무 안 되고 있다"며 "(일본 취업은) 언어의 벽이 높고, 인간 관계 단절도 걱정이지만 그만큼 절박해 해외라도 나가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불황이 장기화된 것도 기술 인재가 한국을 떠나는 원인이다.

이제 중·장년층이 아니라 2030세대가 명예퇴직을 받는 시대다. 미국의 한 반도체 기업  한국법인 관계자는 "테크 업계는 인력 규모를 줄이더라도 업무 지속성을 위해 간부급보다 일반 직원을 먼저 감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50대 이상 간부급 직원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조직 슬림화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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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룽신중커(龍芯中科·Loongson)가 27일 자국 기술로 개발한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룽신3C6000’을 공식 발표했다. 룽신3C6000의 모습. <사진출처: 중국 CCTV 캡쳐> 2025.06.27

◆인재 유치가 생존 전략…中 '천인계획' 모범사례
기술 인재의 국외 유출에 대해 한국은 이렇다할 대책도 없다.

단적으로 한국은 AI 인재의 유입보다 국외 유출이 많은 순유출국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유출 지수는 '-0.3'이다. 유출 인력은 2016년 106명에서 지난 2022년 183명으로 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 기술에 돈과 우수 인재를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NSS)에 따라 핵심 신흥기술(CET)을 정하고, 인력 양성은 물론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까지 적극 제공한다. 일본도 지난 2023년 해외인재 유치·자금 액션플랜 발표했다.

특히 중국은 2009년부터 해외에 나간 기술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해외 과학기술 인재 1000명 유치' 프로그램, 이른바 '천인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고액 연봉은 물론 연구 자율성, 노후 취업 등까지 보장했다. 이에 수천명의 해외 중국계 과학자와 교수, 기업인들의 귀국 결정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업계 한 원로는 "한국에선 가장 똑똑한 인재들은 의사나 변호사를 택하거나 유학, 해외 정착을 원한다"며 "떠난 인재가 돌아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국의 생존 전략이 설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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