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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급과잉 구조적 한계…스페셜티 체질 개선 필수[위기의 여천NCC③]

등록 2025-08-17 10:02:00   최종수정 2025-08-20 1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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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부도 위기, 불황의 압축판"

화학산업, 중국발 공급과잉이 근본 문제점

자금 투자로 스페셜티 고부가가치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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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여수시 제공) 2025.05.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국내 범용 석유화학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DL그룹이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한 여천NCC는 급한 불만 껐을 뿐 여전히 위기의 연속이라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 부도 위기는 국내 화학업계 전반의 위기가 압축된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씩 지분을 들고 있는 합작기업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연 생산능력 228만톤)로 지난 25년간 한화와 DL에 총 4조4000억원을 배당한 알짜 회사였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NCC 증설이 이뤄지면서 최근 사업이 이상 기류를 만났다.

2022년 3867억원, 2023년 2388억원, 지난해 1503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498억원 손실을 보이며 적자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는 여천NCC 만의 문제는 아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화학기업일수록 손실 규모가 큰 편이다.

단적으로 롯데케미칼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2조44억원의 적자를 냈다. LG화학의 석화 부문도 2023~2024년 누적 영업손실이 2792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는 중국이 촉발한 공급과잉이라는 화학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화학산업은 국내 주요 그룹의 계열사들마다 이미 돈 먹는 하마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화학산업이 불황에 빠진 핵심 이유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다. 중국이 노후 설비를 폐쇄하면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5년 내 2500만톤 규모의 신증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당분간 실적 반등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현재 불황이 지속되면 3년 뒤 50%의 화학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불황을 견디면 호황기를 맞는다"는 기존 '사이클' 공식이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여천NCC는 물론, 워크아웃에 근접하는 회사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여천NCC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에 "이번 소식으로 (화학업종) 이직률이 더 늘어날 것"이라거나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경우 DL그룹에서 다시 한번 제동을 걸 우려도 있다.

국내 화학산업 구조 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말도 들린다. 범용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화학산업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개별 기업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가동률 낮추기나 운영 효율화 조치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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