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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연이다③]금연법 시행에도 버젓이 담배연기…소상공인 '매출하락' 불평

등록 2015-01-08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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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새해 들어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상당수 주점이나 커피숍은 버젓이 흡연석을 운영하고 있다.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둔 터라 업소 내 흡연이 적발되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 과태료 10만원이 매겨지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해질 것이란 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가 크다. 일찍이 정책 변화에 대비해 온 대형 음식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흡연자의 권리 침해를 운운하며 불평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상공인 '울상'…폐업까지 고려

 100㎡ 이상 면적의 음식점에만 적용되던 금연구역을 지난 1일부터 면적과 관계없이 전국 60만 곳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됐다.

 커피전문점·PC방 등에서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흡연석도 운영할 수 없으며, 필요한 경우 반드시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유리벽 등으로 담배 연기만을 차단하는 흡연석과 달리 흡연실은 영업장과 완전히 차단된 밀폐공간에 환기시설을 따로 갖춰야 하는데다, 영업에 이용되는 탁자나 의자를 놓아서는 안된다. 이 곳에서는 음료나 음식을 섭취할 수도 없다. 

 이를 어길 때에는 업주에게 과태료 170만원을 매긴다.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용자도 10만원을 내야한다.

 게다가 정부는 흡연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당구장, 스크린골프장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금연 시책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저조한 매출에 흡연까지 전면 금지되면서 폐업할 지경에 달했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모 만화방 사장 박상백(31)씨는 "업종 특성상 흡연자가 많이 찾는데, 흡연석을 없애라는 것은 영업을 접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라면서 "당장 흡연실을 만들기에도 영세상인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만화방이 있던 곳은 원래 당구장이었다. 그러나 금연 시행을 앞두고 사업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판단한 당구장 주인이 지레 겁을 먹고 박씨에게 임대놓은 것이었다. 박씨는 "계약 당시 당구장 주인에게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장사가 안될 게 뻔해 미리 (장사를) 접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영세 PC방과 노래방 업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노량진동 인근의 PC방 사장 서광종(36)씨는 "손님의 80% 가량이 흡연자라 계도기간이 끝나면 이중 절반 이상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수 백만원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흡연부스마저 소용 없어졌으니…식사 후 자리를 뜨는 음식점과 달리 PC방은 장시간 머무는 손님이 다반사인데, 담배 피우느라 들락날락 해야 돼 불평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PC방의 아르바이트생 김소연(22·여)씨는 "아무래도 PC방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담배 피우러 금연구역 밖으로 나갔다가 (돈을 내지않고) 도망갈까봐 걱정된다. 알바생 혼자 흡연 손님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을 듯 하다"고 언급했다.

 인근 노래방 사장 구자용(57)씨도 "공간이 협소해 흡연실을 만들 계획이 없다"면서 "10명 중 2명 가량이 흡연 손님이지만, 앞으로는 바깥으로 나가 피우도록 할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한양대 앞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서형석(31)씨는 지난 3일부터 흡연실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2평 남짓한 부스를 새로 만드는데 쓴 공사비만 200만원이 넘는다. 서씨는 "'흡연석은 안되고 흡연실은 된다'는 규정조차 모호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본사 지원이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업체와 달리 개인 사업자의 경우 공사비 지출조차 버겁다. 공사업자만 배불리는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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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음식점도 '울상'

 커피전문점 등 대형 음식점은 흡연 손님을 잡기 위해 본사와 미리 정책 변화를 대비해 온 터라 타격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흡연석을 찾는 고객들을 일일이 응대하는 데 불편이 따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카페베네 교대역점 관계자는 "이미 흡연실을 운영 중인데다 '음료는 반입할 수 없다'는 문구까지 써붙여놓아 손님들의 불만은 덜 하다"면서도 "주변 직장인들의 방문 빈도가 높아 매출에는 영향이 있을 듯 하다"고 언급했다.

 흡연석 이용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커피빈 교대점 관계자도 "'흡연석이 왜 없냐'고 항의하는 고객이 간혹 있다"면서 "정확한 집계치는 아니나 (매출이) 조금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 종로점 관계자는 "본사의 조치대로 (흡연석) 테이블을 모두 빼고 스탠딩 재떨이를 놓도록 일괄적으로 바꾼 상황"이라면서 "학원가여서 흡연 여부에 관계없이 많은 고객들이 찾아 와 매출에 영향이 있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비흡연자 "당연한 권리" VS 애연가 "설 자리 잃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커피숍 고객 강성진(27)씨는 "흡연실이 있더라도 여러 층으로 돼 있는 카페에서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을 통해 왔다갔다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불편하지 않겠냐"고 불쾌해했다.

 여성 흡연자인 김진아(25)씨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흡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길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힘든데 카페에서 조차 금연해야 되니 갑갑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개방된 식당·카페에서의 금연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정순오(61)씨 역시 "금연 시책이 시민들의 의식만으로 지켜지길 바라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특히 (영세상인을 위해) 규제는 하되 손님 유치에 무리가 없도록 단속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흡연자인 윤재열(53)씨는 "비흡연자들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흡연 공간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카페의 흡연석을 없애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흡연할 자유마저 정부로부터 억압 당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흡연자인 김민규(26)씨는 "환풍시설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옷에 담배냄새가 배더라"면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슬기(30·여)씨도 "흡연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같은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비흡연자를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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