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이제 금연이다⑤]"담배 끊으려고 이렇게까지 해봤다"

등록 2015-01-10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24:5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흡연가들이 금연상담을 하고 있다. 2015.01.07.  [email protected]
자신만의 금연비법 공유, 금연클리닉 등 인기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새해부터 2500원이었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고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식당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정부의 금연정책이 본격화함에 따라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한 사람도 늘었다.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종이니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금연은 실천하기 어렵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특이한 금연 비법을 공유하는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금연의 달인이라고 소개한 40대 남성이 빨대와 고무줄을 갖고 흡연 욕구를 물리치는 법을 공개했다. 8년째 금연한다는 이 남성은 빨대를 이어 붙여 물을 마시며 "물을 마실 때 담배를 빠는 느낌을 대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고무줄을 손목에 걸고 자신을 때리며 흡연의 유혹을 참는 비법 등도 소개했다.

 ◇인터넷에도 '자신만의 금연 비법' 물결

 금연에 성공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성공 비법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양파를 먹거나 산책을 하는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실천하는 있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15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는 최원재(35)씨는 금연을 위해 하루에 생양파를 매일 1알씩 먹었다. 주먹만 한 양파를 반으로 쪼개 반나절마다 먹었다. 니코틴을 몸에서 빼려고 물도 많이 마셨다.

 한 달 보름 정도 지나니 금단 증상이 없어졌다. 그 뒤로 한 달이 지나니 손이 떨리지도 않았다. 생양파를 꾸준히 먹고 물을 마신 지 2달쯤 됐을 때 최씨는 담배를 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2013년 6월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아서 금연을 결심했다"며 "도서관에서 의학 서적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해 찾으며 생양파가 피 속의 니코틴을 빼내는 데 좋다는 내용을 접하고 실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산책만으로 2년 7개월 동안 금연을 실천한 비법도 알려졌다. 조모(46)씨는 20년이 넘도록 담배를 하루에 1갑~1갑 반을 피웠다. 우연히 산 아래쪽을 걷던 조씨는 '공기 맛'을 느꼈다. 공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과 코로 들어오는 청량한 기운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충분히 기분을 전환할 수 있게 해줬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오는 1월 1일부터 모든 식당과 커피숍, PC방이 금연구역으로 확대 되는 가운데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금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4.12.31.  [email protected]
 조씨는 그날부터 산책을 습관화했다. 그 결과 금연보조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금연에 성공했다.

 조씨는 "금연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육체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산책은 오감이 회복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가벼운 등산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소와 병원에도 금연 클리닉 인기

 서울 시내 보건소에는 금연을 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에서는 전문가로부터 담배를 끊는 방법을 상담받고 금연보조제를 받을 수 있다.

 종로구 보건소에는 새해 들어 금연 클리닉을 찾는 인원이 2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8월까지 월평균 100여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40여명으로 확연히 늘었다. 이번 달에도 이와 비슷한 인원이 유지되고 있다.

 성북구 보건소에는 지난 1일부터 8일만에 400여명이 금연 클리닉에 등록했다. 지난해 1월 전체 등록자인 400여명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금연 클리닉에서는 보통 4~6주간의 금연 기간을 거친다. 이곳에 등록하면 원할 때 보건소를 찾아 상담받을 수 있다. 손을 지압하는 도구나 은단, 가글 등 흡연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보조용품도 제공받는다.

 지난 8일 오전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한 김현철(31)씨는 새해를 맞아 금연 클리닉을 처음 방문했다. 김씨는 이날 보건소에서 금연 껌과 패치, 은단 등 금연보조제를 받았다.

 김씨는 "담배는 12년 정도 폈는데 담뱃값도 오르고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해서 금연 클리닉을 찾았다"며 "일단 1~2주 정도 보조제를 이용해 금연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담뱃값이 크게 인상되고 모든 음식점과 커피숍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강도 높은 금연정책이 새해부터 적용되어 금연을 결심하는 흡연자들이 급증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찾은 한 시민이 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각 구청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에서는 일산화탄소 검사를 통해 흡연자로 확인되면 금연방법과 함께 니코틴이 들어 있는 패치와 사탕, 껌 등 금연 보조제 등을 지급한다. 2015.01.02.  [email protected]
 성북구 보건소를 찾은 정모(24·여)씨는 "담뱃값이 많이 올라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친구가 추천해서 보건소에 오게 됐다"며 "담배를 피는 습관이 없어질 때까지 보건소를 찾아 상담받고 보조제도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평소 실천할 수 있는 습관 필요…자신만의 방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거창한 방식으로 담배를 끊으려고 하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자신에게 맞는 금연 방법을 찾는 것이 담배를 끊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조비룡(49)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는지 식사한 뒤 담배를 피는 습관 때문인지 등 저마다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흡연 욕구가 일었을 때 10~30초만 참으면 안정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아 담배를 피우는 경우라면 숨을 돌리기 위해 물을 마시거나 손목에 고무줄을 감고 튕기는 등 의사가 내준 숙제를 하고, 식사 후 습관이라면 바로 양치를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성북구 보건소 양란(30·여) 상담사는 "담배 생각이 나면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본다는 사례가 있었다"며 "프라모델이나 스크랩북을 만드는 등 평소 취미 생활을 하며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 상담사는 "흡연은 습관이니 또 다른 습관을 만들어 흡연 욕구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목욕 같은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어려운 것들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소소한 것들을 장기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보건소 황모(57·여) 상담사는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으로 힘들 때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산책을 하며 산소량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며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뜻하고 좋은 온도로 1시간 이상 목욕을 하면 몸이 이완돼 담배 생각이 덜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담배를 잡을 때 만족감이 드는 '손맛'과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입맛'을 줄이는 것도 관건"이라며 "습관성이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