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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늦은 담뱃값 인상, 실속 챙긴 '외산 담배사'…소비자만 피해

등록 2015-01-09 17:01:25   최종수정 2016-12-28 14: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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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일부 수입 담배회사가 15일이나 담뱃값 인상을 지연, 판매는 물론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앞서 담뱃값을 인상한 회사의 경우, 담배 판매량(A 편의점 기준)이 66% 감소한 반면 늦게 올린 담배사의 제품은 50%가량 성장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는 13일과 15일부터 담배 가격을 기존 2700원에서 4500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국내 담배제조사인 KT&G와 외산 담배사 한국필립모리스가 1일 전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한 것과 비교하면 12~14일이나 뒤늦은 담배 가격 인상이다.  

 BAT와 JTI는 두 회사 모두 "본사와의 가격 정책 결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편의점 업체, 담배 업계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늦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BAT의 경우 2011년 국내 2위 업체였으나 던힐 등 주요 담배 제품의 가격을 200원 인상하면서 점유율이 떨어지며 한국 필립모리스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담뱃값 인상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소비자들이다. 언뜻 보면 가격 인상을 늦춰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담배를 판매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담배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던힐과 메비우스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고 이로 인해 물량 부족과 품귀현상이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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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욱(34)씨는 "마일드세븐 시절부터 메비우스를 꾸준히 펴왔는데 갑자기 담뱃값 인상 이후 편의점에서 메비우스를 아예 판매하지 않아 지금은 다시 디스 플러스를 피고 있다"면서 "매번 담배를 구입하기 위해 5~6군데의 편의점을 도는 게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심지어 BAT와 JTI는 인상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지난해 재고분 위주로 담배를 공급하면서 평소의 20% 수준의 물량만 편의점에 제공했다.

 이로 인해 기존 던힐, 메비우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담배가 없어 다른 담배를 피워야만 했다. 편의점주들도 고객들이 담배를 숨겨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으면서 소비자들과 시비가 붙어 다툼을 벌여야만했다.

 이준인 전국편의점사업자단체협의회 대표는 "BAT와 JTI가 1월2일부터 담배 발주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더 이상 발주 자체가 안 되도록 막았다"면서 "논란이 커지니 영업사원들이 편의점이 아닌 슈퍼에서 기존 제품을 보루 당 5000원씩 더 주고 회수해 편의점에 공급하면서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에 매입 자료 없이 각 편의점에 영업사원들을 시켜서 선 대여를 해주고 차후 담뱃값이 오른 후 담배와 원가를 계산해서 갚으라고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편의점에서는 본사를 거치지 않아 재고가 마이너스로 잡히기 때문에 차후 이를 던힐 제품으로 채워놓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BAT와 JTI는 담뱃값 인상을 늦추면서 경쟁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물론 판매량도 늘렸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들을 제제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담배사업법 시행령상 담뱃값의 최종 가격 결정은 제조회사가 한다. 판매가격 변경은 판매 개시일로부터 6일전까지 기재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정부는 1월1일 이후 공장에서 출고된 제품에 대해 인상된 세금만 매기면 되고 이후 최종 가격 결정은 담배제조사 자율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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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T의 경우는 1월 이후 판매된 담배에 대해 전량 12월 이전에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된 세금(2000원)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JTI는 1월 이후 생산된 담배 중 일부는 1일 이후 생산됐기 때문에 추가로 인상된 세금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1일 이전과 이후에 출고된 담배가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면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KT&G나 한국필립모리스의 경우도 12월에 출고된 담배의 경우 기존 세금(1550원)으로 조세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월 이후 판매된 제품은 4500원의 가격을 받으면서 450원의 추가 이익을 얻게 됐다.

 이러한 모호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담뱃값 인상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패키지를 바꾸거나 표시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이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줄이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전했다. 과도한 언론의 관심이 홍보와 판매 증진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오광만 기재부 출자관리과장은 "외산 담배 업체가 신고를 늦춘 것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데 언론이 홍보를 하면서 홍보 효과를 높였다"면서 "하지만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뚜렷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BAT와 JTI는 기업이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가격 결정을 정하는 것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당연한 경영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BAT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늦춰 커다란 수혜를 얻고, 편의점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오히려 BAT가 한동안 저렴하게 담배를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편의점이 밀어내기 의혹이나 물량 수급 불안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소매점주들이 차익을 위해 담배를 숨겼을 수도 있다"면서 "편의점마다 담배가 많이 팔리는 곳이 있고 적게 팔리는 데가 있어 이를 맞추기 위해 담배 수급을 조절한 것 뿐이지 밀어내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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