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시몬…프로배구 V-리그 용병 2파전

등록 2015-01-19 16:45:07   최종수정 2016-12-28 14: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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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김기태 기자 = 7일 오후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한국전력 빅스톰 경기에서 삼성화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5.0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대결이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전통의 강호라면 OK저축은행은 혜성처럼 등장한 도전자다. 이들 선두 레이스의 중심에는 쿠바 출신 두 외국인 선수 레오(25· 삼성화재)와 시몬(28· OK저축은행)이 자리잡고 있다. 4라운드 종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14일 현재 삼성화재(53점)가 승점 7점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즌 초중반만 해도 OK저축은행(46점)의 돌풍은 매서웠다. 1라운드를 1위로 마친 OK저축은행은 2~3라운드에서도 선전을 거듭해 2위를 지키고 있다. 두 팀의 대결 외에도 최고의 외국인 용병인 레오와 시몬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가 생겨나면서 팬들은 더욱 즐겁다. 

 ▲레오와 시몬, 라이벌 구도 형성

 공교롭게 같은 쿠바 출신인 두 선수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팀에 승리를 안겨주고 있지만 각기 장점이 다르다. 삼성화재 레오는 놀랄만한 파괴력과 정교한 공격 기술을 지녔다. 게다가 넓은 시야를 가진 것이 장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V-리그의 왕자다. 올해 선보인 OK저축은행 시몬은 엄청난 파워와 높은 타점, 짧고 빠른 스윙 그리고 블로킹 능력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선수다. 지난해 10월15일 열린 2014-2015 V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들은 ‘올 시즌 가장 무서운 활약을 보일 외국인선수’로 나란히 꼽히기도 했다. 7명의 감독은 중 4명은 레오를, 3명은 시몬을 선택해 두 선수의 흥미로운 대결을 예상했다.

 당시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59)은 “박철우가 군 입대로 팀을 떠나지만 삼성화재는 삼성화재다. 팀의 중심인 레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40)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0)은 “레오가 팀의 공격을 도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배구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시몬을 꼽는 감독들도 많았다.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59)은 그에 대해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며 “정말 좋은 선수”라며 칭찬했다. 문용관 LIG손해보험 감독(53)도 “시몬이 있는 OK저축은행은 우승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4차례 맞대결, 레오의 판정승

 지금까지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는 누가 웃었을까? 전적으로 보면 두 선수는 4번의 맞대결에서 두 번씩 승리해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삼성화재가 전체 1위로 질주하면서 레오가 한 걸음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배구 3년차, V리그의 왕자라고 불리는 레오와 도전자인 시몬의 맞대결은 올 시즌 4번 성사됐다.

 첫 번째 대결은 지난해 10월 21일. 당시 시몬은 레오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시몬은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43점을 올렸지만 레오는 26득점에 그쳤다. 이날 경기에서 시몬은 레오의 강력한 공격을 세 차례나 막아내며 포효했다. 당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레오의 움직임을 시몬이 다 읽는 느낌”이라며 “레오의 공격이 대부분 시몬에게 막혔다.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는 2라운드 최대의 빅매치였다. OK저축은행이 1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삼성화재는 무섭게 추격을 하던 상황이어서 양팀의 순위싸움은 물론 레오, 시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경기에서 레오는 시몬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레오는 승부처에서 매번 중요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이날 25점(공격성공률 52.5%)을 올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시몬도 26점(공격성공률 61.9%)으로 맹활약했지만 동료들의 지원사격이 부족해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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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최동준 기자 = 8일 오후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LIG손해보험의 경기에서 OK 시몬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5.01.08.  [email protected]
 세 번째 대결은 3라운드가 펼쳐진 지난해 12월15일. 시몬이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앞선 대결의 패배를 설욕했다. 시몬은 이날  레오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는 등 호적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네 번째 맞대결에서는 레오가 웃었다. 지난해 12월30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레오는 블로킹 6개를 포함해 44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레오의 공격력을 극대화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반면 시몬은 레오가 활약할수록 표정이 어두웠다. 잦은 범실까지 범하며 움츠러들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레오는 “시몬이 센터로 워낙 출중한 선수이기에 어떻게 블로킹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 공격 루트마다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시몬의 블로킹이 들어올 때는 더욱 신경을 썼다. 내가 가장 높은 타점을 갖고 뚫어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신치용 감독도 “레오가 시몬을 압도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의 개인기록에서도 레오가 시몬을 약간 앞서고 있다. 득점에서는 834점-757점, 공격성공률에서는 57.23%-54.38%, 서브 0.57-0.65, 세트 당 블로킹 0.52-0.61, 세트 당 수비 1.62-1.10으로 레오가 우위에 있다.  

 ▲남은 시즌서 ‘장군 멍군’할까

 이처럼 두 선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맞대결을 펼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과묵한 성격의 레오는 좀처럼 웃지 않는 ‘맏형님’ 스타일로 알려졌다. 레오는 청소년 시절 망명생활을 하다가 삼성화재에 들어와서야 제대로 된 보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경험이 있어 절박함과 적극성을 가진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에는 말수가 적지만 팀이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는 동료들에게 적극적인 플레이를 주문하는 등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시몬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성격이 착하고 순해서 오히려 걱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시몬은 쿠바대표팀 시절 오랜 기간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팀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맞대결은 5라운드와 6라운드까지 2번이 남았다. 두 팀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 나란히 진출한다면 더 많은 대결이 있다. 남은 시즌 동안 레오와 시몬의 ‘장군 멍군’을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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