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지원 "엄마역 자신 없어서 더 도전하고 싶었죠"
하지원(37)은 하정우(37)가 연출한 영화 ‘허삼관’에서 연기 인생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다.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하지원은 그동안 다양한 배역에 도전했다. 코미디와 멜로, 액션까지 안 해본 게 없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도전에서 나왔다. 그런 그도 엄마 역할에는 겁이 났다. ‘허삼관’은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1996년 내놓은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원작이다.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피를 팔아 가족을 건사하던 가장 허삼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블랙 코미디다. 허삼관이 이 코미디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아내 옥란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여성스럽지만, 때로는 우악스럽다. 화가 나면 욕도 할 수 있는 재밌는 인물이 옥란이다. 하지원은 하정우가 각색한 ‘허삼관’ 시나리오를 읽기 전, 이미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캐릭터 자체도 쉽지 않은데, 게다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애 엄마 역할이라니…. 매 작품 도전을 즐기는 하지원이지만 꺼릴 만도 하다. “사실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거절하려고 했어요. 소설을 읽었으니까요. 하정우 씨를 만난 날이 제가 밤샘 촬영을 하고 온 날이었죠. 잠시 시간이 떠서 시나리오를 읽은 거예요. 근데 재밌더라고요. ‘허삼관 매혈기’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동화처럼 느껴졌어요.” 조금씩 흔들리던 하지원을 잡아준 건 하정우의 설득이다. “마을의 절세 미녀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제가 딱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정우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탰다고 한다. “저도 아빠 역할은 처음입니다.”
‘허삼관’은 가족영화다. 장남 ‘일락’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허삼관은 그때부터 일락을 미워하고 구박하기 시작한다. 일락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건 엄마 옥란이다. ‘허삼관’에는 옥란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장면이 적지 않다. 배우들은 아이들과의 연기, 동물과의 연기를 가장 어려워한다. 하지만 하지원은 드라마 ‘기황후’ 촬영으로 옥란 역을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진짜 엄마와 아들처럼 지내야지 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줬어요. 제가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니고 같이 노는 상황이 됐죠. 정말 가족같이 노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연기도 잘 됐던 것 같아요.” 하지원의 도전을 도와준 건 세 아들 역할을 한 아역 연기자들만이 아니다. 감독 하정우는 ‘월간 하지원’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미팅에 참여하지 못하고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 하지원에게 전달했다. 그 잡지에는 영화 ‘허삼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진행과정 등이 담겨있었다.
“지칠 때 가족이 다시 힘을 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잖아요. 제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지쳐있을 때, ‘허삼관’ 촬영장은 비타민 같았어요. 모두 가족처럼 지내면서 즐겁게 촬영했죠.” 극은 허삼관 위주로 흘러간다. 어떻게 보면 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조연이다. “그런 점에서 고민한 적 없어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한다는 게 중요했고,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 촬영했다는 게 중요한 거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