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이슈진단- 반려동물 빛과 그림자③]주인 변심·배신으로 서울서만 연 1만 마리 버려져

등록 2015-02-10 11:36:14   최종수정 2016-12-28 14:33:3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춘천=뉴시스】장동민 기자 =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유기(遺棄)동물’ 즉 버려진 동물 문제다. 사진은 춘천유기동물보호소.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 최근 경기도의 한 식용견 사육장에 동물 구조를 나갔던 한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했다. 농장 한구석에서 목에 반려동물 인식표를 한 미니어처 슈나우저 믹스견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

 구조해 확인해보니 반려견으로 키우던 원래 주인은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잘 키우겠다”고 나선 사람에게 그 개를 무료로 분양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 개를 반려견으로 정성껏 키우는 대신 바로 몇 만원을 받고 식용견 사육장에 팔아넘긴 것이었다.

 #2. 최근 대전의 한 농가에 들개 너덧 마리가 침입해 염소·닭 등 가축을 습격하고 주인까지 공격하려고 했다.

 제주 한라산에도 들개떼가 출몰, 방목하는 가축을 해치거나 고라니·사슴 등 야생동물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현지 생태계 최고 포식자로 올라서고 있다. 서울 북한산에서도 들개 여러 마리가 나타나 등산객 안전을 위협하는 중이다.

 애초 반려견이었지만, 유기(遺棄)된 뒤 야산에서 서식하는 사이 야성이 깨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면도 끊이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유기동물’ 즉 버려진 동물 문제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은 개 6644마리, 고양이 2618마리, 기타 291마리 등 총 9553마리였다. 2009년 1만6911마리에서 2010년 1만8624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다 2011년 1만5229마리, 2012년 1만3556마리, 2013년 1만1395마리로 매년 줄더니 6년 만에 처음으로 1만 마리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도 주인과 헤어져 거리를 배회하며 위험에 처한 반려동물이 1만 마리 가까이 있다는 얘기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그중 2171마리를 소유주에게 반환했고, 2478마리를 분양했다. 그러나 1320마리는 자연사했으며, 3062마리는 안락사했다. 522마리는 아직 시가 보호 중이다.

 주인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백방으로 찾아 헤매다 동물보호소로 찾아온 경우가 뜻하지 않게 잃어버린 동물, 유실(流失)동물의 전부라고 볼 때 그 수는 2171마리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 7381마리는 버려진 동물, 유기동물이라는 얘기다.

 유실동물을 소유주에게 반환한 경우도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 ‘동물등록제’로 인해 소유주의 인적사항을 자치구가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로 반려동물을 유기했지만, 주인을 찾아낸 덕에 어쩔 수 없이 데려간 경우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유기동물은 사실상 그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유기동물의 운명은 새로운 가족에게 분양되는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극적이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 동물보호센터(www.animal.go.kr)에서 유기동물을 구조, 보호한다. 구청은 7일 이상 보호 공고를 낸 뒤 주인에게 반환되지 못하는 유기동물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한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유기동물은 결국 안락사 처리돼야 한다. 지난해 구조된 유기동물 중 3분의 1 가까이가 안락사 됐다.

 또 자연사한 경우가 10분의 1일 넘는다. 이는 병들어서 버려졌거나 유기 또는 유실된 뒤 사고 등을 당한 경우로 보인다.

◇반려동물, 또 다른 이름 ‘유기동물’   유실을 제외한 유기동물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변심’이다. 충동적으로 동물을 구매했지만, 성장하면서 관리가 힘들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되자 버리는 것이다.

 좋은 예가 ‘상근이 사태’다. 2000년대 중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반려견인 상근이가 인기를 끌자 이 견종의 강아지는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이 개는 체고가 71~76㎝  체중 46~54㎏인 초대형견이다. 먹는 양도 엄청나지만, 배설량도 그에 못잖다. 게다가 하얀색 장모종이어서 관리하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TV에 나온 반려동물이 인기를 모으면서 자신의 현실에 맞지 않는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한 이벤트 행사에 참석한 연예견 ‘상근이’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결국 강아지 시절에는 북극곰 새끼처럼 사랑받지만, 자라나면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본전 생각을 한 일부 주인 탓에 반려견이 아닌 식용견으로 팔려가는 경우까지 생겼다.  

 반려동물이 낫기 힘든 질병에 걸리는 것도 유기의 이유가 된다. 피부병이 대표적이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좀처럼 완쾌하기 어려운 데다 의료보험 제도가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에는 의료보험이 없어 동물병원 진료비가 만만찮게 들어간다.

 자연사하기를 기다릴 수도 없지만, 안락사를 시킬 상태도 아니다. 그럴 때 유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새로 만날 좋은 주인이 너를 낫게 해줄 거야’라고 자위하며 죄의식을 떨치려고 애쓴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동물까지 입양할 만큼 성인군자 같은 새 주인은 희귀하다. 보호소에서도 분양될 수 없고, 치료에도 한계가 있어 결국 고통을 최소화해주기 위해 안락사시키게 된다.  

 정부가 동물등록제 시행 다음 단계로 동물 의료보험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유기동물 구조 및 관리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볼 때 유기동물 양산의 또 다른 이유인 과다한 동물병원 진료비를 억제하려는 조치라는 점에서 타당성이 충분하다.

◇비극을 잉태한 반려동물 공장들  반려동물의 인기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바로 ‘동물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 문제다.  

 주로 서울 근교에 자리한 반려견 번식장은 햇빛도 잘 들어오지도 않고, 냉난방도 잘 안되며,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 몰티즈, 푸들, 시추 등 인기 견종 암캐 수십 마리를 키우면서 강아지를 ‘공장식’으로 생산한다.

 태어난 강아지는 어미 젖을 한참 먹어야 할 생후 30~40일께 경매장을 통해 애견숍 업주나 인터넷 분양업자에게 팔려 나가게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것도 아주 어릴 때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들의 면역력이 높기는 힘들다. 반려동물로 사 온 강아지가 파보 바이러스성 장염이나 디스템퍼(홍역) 등에 걸려 죽는 경우는 그런 열악한 분양 환경 탓이 크다.

 최근에는 반려묘 열풍을 타고 공장식 고양이 번식장도 등장해 애견 번식장에 이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낳는 맹목적 반려동물 사랑  상기 문제점들과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바로 반려동물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다.

 일부 소유주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과소비’라고 부를 정도로 큰 비용을 들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처럼 반려동물 문화가 낙후되고, 빈부 격차는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는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을 멀리하고 오로지 반려동물만 사랑하는 경우도 좋은 모습으로 비치지 않는다.

 서울 필동 윤신근종합동물병원장 윤신근 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는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 부르게 된 것은 사육하는 동물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인 만큼 더욱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곧 아무나 동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윤 박사는 이어 “동시에 동물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