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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 안전망 대폭 강화한다

등록 2015-02-10 14:00:57   최종수정 2016-12-28 14: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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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2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청소년 이동쉼터 '너를 위한 작은별 B-612' 발대식에서 청소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를 위한 작은 별 B-612'는 노숙청소년, 배회청소년 등 거리 위기 청소년들을 거리의 위험으로 부터 보호하고, 가출 및 가출 장기화를 예방함으로 사회체계와의 연결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2014.1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가출청소년 A(16)군은 친구들과 함께 대형마트를 돌며 손님 가방에 손을 댔다.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군은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사이 카트 위에 있던 가방을 훔쳤는데, 이 같은 방법으로 9차례에 걸쳐 12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쳤다. A군은 경찰에서 “가출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채팅을 통해 만난 가출청소년 2명과 성관계를 하려 한 경찰관 B(34)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울산지법에 따르면 B씨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출한 C양과 D양을 만나 25만원을 주고 성매매를 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E(16)군은 학교를 자퇴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같은 학교 후배들의 돈을 상습적으로 빼앗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E군은 12차례에 걸쳐 학교 후배 14명에게서 1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가출로 인해 길거리에 나온 ‘학교 밖 청소년’이 28만명에 달한다. 한 해 6만~7만명이 지속적으로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은 견고하지 못하다. 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쉼터를 알고 있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박근혜 대통령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켰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에 발생한 터키 실종 청소년 사건에서 보듯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학교 밖 청소년들도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 만큼 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작년에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여성가족부는 꼼꼼히 실태조사를 해서 교육, 취업지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교 밖 지원센터 4배 늘린다

 지난해 5월에 제정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5월 시행된다. 법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설치·지정, 프로그램 운영 등 지원의 근거가 된다.

 여가부는 우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54곳에서 올해 2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는 전국 지정·운영을 통해 시·군·구 단위까지 지원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진로설정을 위한 상담과 학업복귀를 위한 교육, 취업을 위한 직업체험, 건강검진 지원 등을 하게 된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학업지원이라는 것은 대안학교, 검정고시, 홈스쿨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며 “건강검진 지원의 경우는 학교에서 하는 신체검사 말고 약물 등에 노출돼 건강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부분까지 신경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는 중앙지원기관-시·도센터-시·군·구센터 간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더불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에 있는 자원들과 연계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적 낙오자가 아닌 도전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학교 밖 청소년의 선택과 도전, 성공사례 등을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안 청소년’ 내쫓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길목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청소년의 진로를 크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가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협약을 맺고 학교 밖 청소년이 적절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학교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을 적극 발굴키로 했다.

 특히 오는 5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이 발생할 경우 학교장은 소속 학생을 학교 밖 지원센터로 연계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

 이미 학교를 떠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학교 안에 있는 ‘내재적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우선 여가부는 청소년들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찾아가는 전문상담사(청소년동반자) 인원을 1044명까지 확대하고 자살위험, 보호관찰 등 고위기 청소년에게 심리·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현재 109곳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쉼터를 119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청소년쉼터는 가출 등 위기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 사회로 복귀해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보호하면서 상담과 주거, 학업 등을 지원하는 청소년복지시설이다.

 더불어 정서·행동 장애 청소년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중앙청소년치료재활센터의 대안교실을 확충해 운영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시스템보다 전문가 양성 우선”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청소년들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담을 하게 되면 청소년들에게 모멸감을 줘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나오는 가장 큰 요인은 가정환경이다”라며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지원을 못해주는 경우,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청소년에게 푸는 경우, 양쪽 부모가 일을 하면서 청소년이 방임·유기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라고 설명했다.

 한 청소년상담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많고,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학교 밖을 나서는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며 “청소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그들을 믿고 지켜봐주는 믿음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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