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은 구조조정 '엇박자'…주주피해 갈수록 '눈덩이'

등록 2015-02-10 14:02:03   최종수정 2016-12-28 14: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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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이 동부제철을 비롯한 동부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을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됐다.

 동부그룹이 산업은행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청한 것은 지난 2013년 11월18일.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 동부건설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은 여파다.

 동부그룹은 당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함께 발표했고, 양측은 이 때만해도 ‘해피 엔딩’을 기대했다.

 동부그룹은 올해 중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했고, 산은 역시 동부의 선제적 구조조정 신청에 ‘최상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여 뒤, 양측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시가총액은 이 기간 1740억원에서 1010억원으로, 동부건설은  1600억원에서 335억원으로 각각 쪼그라들었다.

 그 피해는 동부제철, 동부건설 주주들이 고스란히 지게 됐다. 지난 1년간 양측 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패키지딜 실패…동부·산은 책임공방

 양측이 불협화음을 빚은 첫 번째 계기는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매각 건이다.

 산은은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산은은 동부건설의 발전당진을 묶어 파는 패키지딜을 시도했다. 동부 역시 이에 동의했다.

 포스코가 이 거래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두 공장에 대한 인수를 포기했다.

 동부는 “중국의 철강회사 등 몇 곳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산은이 인수의향서(LOI)도 받지 않고 무리하게 패키지딜을 시도했다”며 “산은에서 브릿지론(매각을 앞둔 자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상품) 지원을 위해 동의하라는 압박도 있었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청하고도 7개월을 허비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이로 인해 회사의 신용등급도 떨어져 유동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산은은 “동부에서 언급한 중국 업체는 당시 구조조정 중이었기 때문에 인수할 여건이 안됐다”고 맞섰다.

 또 “포스코가 실사를 진행한 뒤 가격에 대해 제안조차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매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고, 포스코를 인수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동부가 원하는 값에 매각하기 위한 자본력을 갖춘 곳으로는 유일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당진발전 매각…이번엔 가격 논란

 산은은 패키지딜 실패 이후 개별 매각을 진행했고 발전당진을 SK가스에 넘겨줬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은과 동부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발전당진은 삼탄이 2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금까지 치렀지만 송전에 문제가 불거지며 계약을 취소했다.

 산은은 재매각을 추진한 결과 2010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이는 삼탄 인수가격보다 690억원 적은  액수다.  

 동부는 헐값매각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동양파워가 4300억원에 매각된 점 ▲바다가 가까워 지리적으로 유리한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산은은 괜찮은 거래라고 평가했다. ▲동양파워는 2000㎿의 용량인 반면 발전당진은 1180㎿인 점 ▲동양파워의 부지는 230만㎡인 반면 발전당진은 46만㎡ 수준인 점 ▲매각지분은 동양발전이 100%지만 발전당진은 60%인 점 등이 이유다.

 ◇채권단, 못 살렸나 안 살렸나

 동부 측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환영했던 산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와 갈등을 빚었다.

 산은은 패키지딜이 실패하자 김 회장 아들인 남호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동부는 이를 거부했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더라도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STX 여파로 13년 만에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산은에게는 방어 장치가 필요했다.

 동부화재는 그룹 내 금융지주회사격인 곳으로 2014년 14조5000억원 매출에 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회사다. 남호씨는 14.06%의 지분을 가진 회사 최대주주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92.72%와 동부증권 19.9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동부그룹의 핵심으로 남호씨의 지분이 담보로 잡힐 경우 그룹 전체가 넘어갈 위기에 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영자가 부실책임자의 책임을 경영권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구조조정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구계획안을 확인한 산은은 이를 환영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며 “계획에 차질을 빚자 자구안에 없던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은 한계가 있다”며 “유동성을 특정 회사에 몰아서 제공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 못 살렸나 안 살렸나

 반면 동부그룹이 계열사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란 지적도 고개를 든다. 

 동부화재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보유 동부생명 주식 매입(260억원) ▲동부건설 서울 삼성동 토지 매입(120억원) ▲동부캐피탈 지분 매입(100억원 예상) 등을 지원하며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김 회장 역시 동부인베스트먼트(DBI)가 가진 동부메탈(31%)과 동부팜한농(13%)의 지분을 담보로 3100억원을 빌려 DBI를 지켰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500억원, 12월 600억원 등 DBI에 11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DBI는 김 회장과 아들 남호씨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동부CNI ▲동부팜한농 ▲동부메탈의 경영권과 연결되는 회사다.

 반면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에 대한 사재 출연 요청에는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며 지원을 포기했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김 회장은 채권단에 1000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채권단은 희망지원금액의 절반을 마련하면 나머지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동부는 여력이 없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 회장과 남호씨가 동부화재 지분으로 받을 배당만 230억원에 이르지만 추가 지원은 없었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2조6000억원, 동부건설에 8200억원 등 모두 3조4200억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은커녕 괜찮은 회사만 빼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산은에 적극 협조했고 성공을 의심치 않았지만 땀 흘려 일한 성과들이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 됐다”고 말했다.

 산은 홍기택 회장은 “김 회장의 주장에 일일이 다 반박할 근거가 있다”며 “구조조정의 일반 원칙인 기업의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고 답했다.

 동부그룹이 산은에 지원을 요청한 2013년 11월18일 이후 동부제철의 시가총액은 1740억원에서 1010억원으로, 동부건설은 1600억원에서 335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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