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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금남의 성역, 남성들은 어떻게 최정상을 차지했나

등록 2015-02-24 14:37:04   최종수정 2016-12-28 14: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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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탈리아 영화 ‘파리넬리’(감독 제라르 꼬르비오)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995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파리넬리’(감독 제라르 꼬르비오)는 ‘천상의 목소리’로 일컬어지는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거세한 ‘파리넬리’(스테파노 디오니시)의 이야기를 그려 세계 영화 팬을 매료시켰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가 되기 전인 어린 나이에 거세해 성인이 된 뒤에도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낼 수 있는 남성 소프라노를 말한다. 거세한 남성은 정상적인 성인 남자보다 몸이 크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여성 소프라노보다 강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여성의 높은 음역에 남성 특유의 강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카스트라토는 17세기 유럽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었다. 역사상 ‘금남(禁男)의 성역’에 도전해 정상에 도달한 대표적인 남성들을 뽑는다면 단연 카스트라토일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 수천 명이 카스트라토, 아니 부와 명예를 열망하며 거세를 감내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결국 ‘남성(男性)’을 잃고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다.

 성(性)을 넘어선 성공은 이처럼 개인을 희생해 겨우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남성이 지금도 여성의 영역에 도전하고, 일부는 성공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남성의 신체적 우위를 꼽는다. 즉 신체 조건이나 체력이 여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할 때 좀 더 힘있게 할 수 있고, 보다 오랫동안 연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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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성 셰프들이 대거 출연하는 올리브TV ‘올리브쇼 2014’.
 ‘한식명장’ 유민수 우사미 대표는 “육중한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들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요리하는 것은 연약한 여성들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면서 “힘이 센 남성이 요리할 때도 유리하기 때문에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남성 셰프들이 살아남고,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고 짚었다.

 그다음 꼽는 것이 남성들의 마음가짐이다. 카스트라토만큼은 아니지만, 여성의 텃밭에 진출하려는 남성들은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한다. “남자가 왜?”라는 부정적인 시각 탓이다. 특히 보수적인 부모세대를 설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선 길이니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여성보다 더 크면 컸지 절대로 작지 않다.

 해당 분야에 관한 남성들의 깊은 애정과 높은 관심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남보다 몇 배로 노력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우려고 애쓴다. 그러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

 2세대 남성 헤어 디자이너의 선두주자로 1990년대 그룹 ‘HOT’, ‘신화’, ‘핑클’, ‘룰라’ 등 톱스타들의 헤어 디자인을 전담했고, 현재 싱가포르에서 미용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장피엘씨는 “1980년대 후반 미용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우려했고, 일부는 비웃기까지 했다”며 “그럴수록 오히려 오기가 나서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연습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남들한테 ‘선생님’ 소리를 듣는 위치에 섰더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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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성의 영역에서 최정상에 오른 남성들이 많다. 애견 미용사 2.5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최덕황(최덕황 애견미용학원) 원장이 한 세미나에서 현역 애견 미용사 150여 명을 대상으로 미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DB)
 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희소성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성공은 대중적 호응에 기반을 두기 마련이다. 그 호응은 매스미디어가 이끌어낸다. 희소성 있는 존재들은 당연히 매스미디어에 의해 조명돼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에 유리하다.

 요리하는 남성, 옷 만드는 남성, 머리 만지는 남성, 애견 미용을 하는 남성은 진귀한 존재인 만큼 그런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한 여성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분야에도 남성들이 많아진 만큼 더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결국 남성들은 더 높은 자리를 탐하기 이전에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  

 한 패션계 인사는 “성의 영역은 이미 파괴됐고,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면서 “결국 남녀를 떠나 자기가 선택한 일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느냐가 성공의 척도가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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