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방송/TV

[이호규의 연예특급]SBS ‘펀치’, 융·복합적 현실 속 우리의 냉소적 모습 그려

등록 2015-02-16 22:17:49   최종수정 2016-12-28 14:35:3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요즘 TV 드라마나 영화에 검찰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민이 가진 검찰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지난해 한 조사를 보면 검찰은 국가기관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신뢰도는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즉, 검찰은 힘은 세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그 힘을 미덥지 못하게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언론에 오르내린 검찰 관련 뉴스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터진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스캔들’을 시작으로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파문’, 전 제주지검장의 ‘길거리 음란행위’,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등에서 볼 수 있듯 파문의 장본인이 세상의 불의를 심판하는 검찰 조직, 그것도 막강한 파워를 지닌 수뇌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청률 12%에 육박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SBS TV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연출 이명우)에서도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 , ‘검찰권의 심각한 남용’ 등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있다.

 검찰 조직을 배경으로 야망, 견제, 비난 등 냉소적인 부분들이 그려진 한편, 하나뿐인 딸을 애틋해 하는 아버지, 형님을 생각하는 아우, 아들의 출세를 염원하는 어머니 등 인간 군상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분노하기도 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을 비롯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의 뒤를 캔다. 어떤 불이익이 닥칠 경우 바로 사건을 덮고, 정치권과 유착도 서슴지 않는다.

 야망을 위해 최측근까지도 배신하며 사리사욕과 욕망을 위해 치밀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어느 누구도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이나 안전을 위해 신념도 저버린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증거 조작은 기본이었고, 증인 회유는 필수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내재적 갈등을 일으킨다. 이를 지켜보며 시청자들의 호흡도 가빠졌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바로 우리가 항상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연민을 느낀 인물은 검사 박정환(김래원)이다. 이혼 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하나뿐인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친 그여서다. 그러나 그런 그마저도 선인(善人)은 아니다. 그가 착한 사람인 것은 오직 딸 앞에서뿐이다.

 우리의 현실의 삶도 융·복합적이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쁘다. 때로는 행복하며, 때로는 비관적이다. 드라마, 코미디, 액션, 로맨스, 공포까지 모든 장르를 떠안고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일 것이다.

 ‘펀치’도 검찰의 이야기와 비리를 주된 소재로 잡았지만, 결국 사는 이야기다. 세상은 이미 어그러져 있고, 서로 이용할 뿐이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항상 피해를 본다.  

 박정환이나 이태준, 윤지숙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통분모는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 욕망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고 한다. 좋은 세상을 부르짖지만, 결국 그 뚜렷한 욕망은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의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다.

 ‘펀치’는 플롯의 구심점이나 배치가 잘 짜여져 있고, 등장인물들의 명확한 갈등 증폭, 주제의식 전달도 확실한 수작이다. 다만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스토리텔링이 막장으로 치닫고,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길 듯하다.

 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