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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연예특급]소형영화의 반란, 영화 수직계열화 현상 무너져야 ‘가능’

등록 2015-03-02 14:32:20   최종수정 2016-12-28 14: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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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중 한 장면.
【서울=뉴시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문화예술의 근간인 자율성과 다원성이 보장되고, 많은 영화인이 추구하려는 창작성이 보장되는지 의심스럽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가까운 멀티플렉스에 가보면 CJ, 롯데,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들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제 영화 제작은 물론, 투자·배급·상영까지 대기업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관객과 마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는 관객으로서의 향유권과 문화예술의 보편적 접근을 통해 다양성을 경험하고 영화 예술을 즐길 기회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넘은 ‘명량’(감독 김한민),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은 CJ CGV를 계열사로 가진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이고, 심지어 독립영화로 멀티플렉스에서 선전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역시 CJ CGV가 CJ아트하우스(옛 무비꼴라주)라는 브랜드로 대명문화공장과 함께 공동 배급한 영화다. 기본적으로 CJ CGV에서 상영관을 보장해준 영화인 셈이다.

 멀티플렉스 측은 “관객의 수요가 많아지면, 상영관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스크린 확보가 될 것이다”고 영화인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투자·배급·상영 등 모든 것을 장악한 수직계열화 시스템 안에서 작품성 있는 많은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들이 관객에게 볼거리로 접해지기란 쉽지 않다.

 중소 영화제작사들, 비(非)스타 감독들은 자신의 방향성과 추구하는 플롯과는 다른, 돈이 지배하는 수익구조 체제 안에서 투자사들의 눈치를 보며 상업적인 파트를 영화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관객이 영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멀티플렉스의 기본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지고, CGV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 등의 영화들에 우선권을 줘 계열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의 작품성과 카타르시스 등 여러 요소를 점검하겠지만, 대부분 상영횟수가 많은 작품이나 많은 사람이 보는 영화로 별생각 없이 몰려가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특정 숍 앞에 줄을 서서 쇼핑을 하면 괜히 나도 해볼까 하는 군중심리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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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최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의 제작사 삼거리픽쳐스측이 수직계열화 현상의 지배구조 문제점과 공정하지 않은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측은 좌석점유율이 낮다는 이유로 스크린을 축소했다. 자기들 영화는 2주 전부터 예매를 오픈했지만, 저예산이나 중소영화는 개봉 직전에 예매를 열어주니 예매율이 낮아진다. 상영시간 역시 조조와 심야 중심이다”고 영화사 측은 주장했다.

 이제 대기업 독점식 영화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상업영화만 판치고, 저예산 영화가 죽은 영화 세상에서는 사회 모순과 부조리, 잘못된 권력 체제를 비판하며 약자의 시각에서 영상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관객들은 설탕과 소금이 잘 범벅돼 눈이 자꾸 가고, 입맛에 잘 맞는 흥행 코드를 갖춘 영화를 원하지만, 진지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좋아한다.

 앞서 개봉했던 영화 ‘공정사회’(감독 이지승)와 ‘노리개’(감독 최승호)가 그 좋은 예다.

 ‘공정사회’는 딸의 성폭행범을 직접 찾아낸 엄마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 권력부패, 힘없는 아줌마라고 무시당하는 사회적 편견을 무거운 주제로 담고 있다. 저예산(제작비 5000만원) 탓에 9회차 촬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한계를 딛고 관객에게 어필했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갑을 공화국'이다. 돈이나 권력이면 다 되는 뚜렷한 상업영화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Hierarchy) 시스템을 유지하는 상하 수직 구조를 개선하고,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관객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상업영화만 편식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이슈와 병폐를 비꼬고, 양극화와 기득권·특권의식 앞에 무너진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소형 영화들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바로 우리 이야기를 부르짖는 메시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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