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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복고열풍? 누가 그래…

등록 2015-02-26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1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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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00>

 1. 부산발 영화 한 편이 새로운 풍속도를 낳았다. 1980년대 교복세대의 촌스러움이 멋이 되는 등 복고풍이 득세했다. 이 영화는 또 대중문화 전반에 복고바람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2. 복고풍은 대중음악계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헌정음반, 편집음반, 그리고 리메이크 음반으로 이어지는 복고바람은 김현식, 김광석, ‘들국화’ 헌정음반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80~90년대 발라드를 모은 편집음반 ‘연가’가 13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조성모, 유승준, 김현정 등 가수 13명이 참여한 리메이크 음반과 댄스그룹 ‘핑클’이 선배 여가수들의 노래를 재편곡해 부른 또 다른 리메이크 CD도 출반될 예정이다.

 14년 전 보도의 일부다. 기시감도 강렬한 이들 기사 ‘1’ 중 영화는 ‘친구’다. 현 ‘국제시장’이 아니다. 기사 ‘2’도 ‘무한도전-토토가’와 그 파생상품들과는 하등 무관한 21세기 초의 상황일 따름이다.

 마침 광복 70주년의 해인 데다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박정희 시대’, 즉 복고가 더 반추되는 느낌도 없잖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 다 그 때 그 시절의 일이다. “녹슨 쇳소리. 그의 파쇼는 성난 독사였다. 탄압과 건설이 행여 뒤질세라 마구잡이 솟구쳤다. 어느덧 춘궁기 보릿고개가 사라졌고 전란 이후 휴전선 이남의 산야는 천박한 근대화 조국 근대화 개발의 나라 성장의 나라였다. 가발공장에서 원자로였다….” (고은 ‘만인보-박정희’ 중)

 대통령은 지난달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관을 찾아 ‘국제시장’을 봤다. 이 사실을 놓고 복고 운운하는 것은 그러나 우격다짐이다. “모든 영화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한 모범사례인 ‘국제시장’ 영화 제작관계자를 격려하고, 다양한 세대의 국민과 함께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문화로 소통하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방점을 찍었다.

 ‘명량’을 넘어서고 싶은지, ‘국제시장’은 아직도 상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브랜뉴데이의 나날이 바삐 이어지고 있다. 사극과 시대극이 없었던 적은 없다.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명량’만 못하고, ‘쎄시봉’은 ‘국제시장’만 못할 뿐이다. 우리나라 만의 특색도 못 된다. ‘워터 디바이너’는 거의 사극, ‘이미테이션 게임’은 시대극이다. 할리우드는 복고를 들먹이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끄고 종이신문을 읽는 남자, 진공관 전축으로 음악을 듣는 여자가 있다고 세상의 틀을 아날로그로 되돌릴 수는 없다. 굿올드데이스 또는 수구초심류의 퇴행에서 맛보는 평온에 만족하면 그만이다. 부인상을 당한 JP를 보면서 ‘YS는 요즘 뭐하나’, 잠시 궁금해하면 된다.

 계절을 앞서가게 마련인 패션계의 유행전망에는 언제나 ‘복고풍’이 들어있다시피하다. 그래도 한복은 이벤트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향수와 추억 팔이는 적당한 선에서 즐겨야 탈이 없다. 영문학자 임철규 교수의 말마따나 노스탤지어는 귀환의 불가능성을 전제로 한 욕망이어서 그렇다. 귀환을 향한 욕망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 모습 그대로 여전히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환상을 통해 자기 위안을 얻으려 한다면 무망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운명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소문되고, 아쉬워지고 헤매이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계획하고, 우는 사람 웃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어두운 곳 밝은 곳도 앞서다가 뒤서다가,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전인권 ‘돌고 돌고 돌고’)

 복고열풍이라는 것의 실체는 어쩌면 ‘경제력 있는 연령대를 노려야 돈을 번다’는 소비층 분석에 근거한 상술일는 지도 모른다. 90년대의 청소년이 30, 40대가 됐다. 80년대 10대의 지갑에 다소 여유가 생겼을 무렵 ‘친구’는 히트했다.

 편집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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