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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연예특급]멀티컬처널 사회, 다문화사회 위한 프로그램 충분한가

등록 2015-03-2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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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은 한국인만 가득하고, 그것을 토대로 한국 고유문화가 오랫동안 굳건히 보존될 것으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그 변화가 훨씬 빨리 오는듯하다.

 한국도 미국이나 호주처럼 다문화 가정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단 지하철만 타도 예전보다 외국인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된 국제결혼이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 역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국 여성들이 15살 이상 나이 많은 농촌 지역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 사회에 편입되는 형태로 다문화 가정이 형성되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재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등에서는 어렵지 않게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다문화 현상은 아직 초기 단계다. 

 중요한 것은 이를 낯설게 보는 한국인의 시각과 개념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줄이며, 긍정적인 주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접근하느냐다.

 그러나 아직 국내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에는 국제결혼 다문화 가정을 포커싱하는 프로그램이 절대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TV를 통한 문화 보급의 부족 때문인지 여전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 지속하고, 이들의 자녀들 역시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EBS TV ‘다문화 고부열전’은 한국인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며, 다문화 가정의 시집살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약간 예능적이면서도 교양적인 진정성을 담아 고부의 갈등과 애정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집오기 전 약 20년간 겪으며 살아온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고, 며느리 역시 시어머니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표출한다.

 JTBC ‘비정상회담’은 다문화 시대에 맞게 국내에 거주하는 많은 국제 청년들의 명확하고 색깔 있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다양한 안건을 놓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문화대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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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떤 논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은 신선하기도 하고, 각자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며, 예능 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멋진 꽃미남 외국인 남성들 위주로 펼쳐지는 토론식 토크쇼 형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깊이 있는 주제와 내용보다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국한될 뿐 아니라 예능 위주로 접근하다 보니 문화적 다양성 이해 부족은 물론, 그저 웃고 떠드는 젊은이 잔치 같은 모양새다.

 여전히 TV는 이러한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다문화를 풀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 보완이 시급하다.

 과거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나 ‘비정상회담’ 같이 외국인을 참여시키는 TV 프로그램 운용이나 한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편협된 다문화가정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좁은 소재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 진취적인 활동을 자연스레 국민들이 눈으로 익히고 느낄 수 있는 참여 환경을 TV가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기존에도 TV에서 다문화 사회를 위한 프로그램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수다’ 역시 갈수록 출연자들의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면서 '문화적 괴리감을 좁힌다'는 애초 목표를 잃은 채 유학생, 모델 등이 미에 대한 기준만 강조해 외모나 성에 대한 상품화가 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출연자가 대부분 백인 문화권 여성으로서 인종 우월주의를 표방하고 부추겼다는 평가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방송하는 미디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문화주의'라는 포장을 앞세워 오히려 다문화에 대한 시각 차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방송국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을 프로그램에 대거 활용하면서 방송 콘텐츠 제작과 시청률 높이기에 급급해 하는 사이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인 모든 다문화가정을 대변하듯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인의 편협된 의식을 개선하고, 다문화사회를 위한 복지와 교육시스템 혜택 제공, 취업진로 확대를 위한 인식변화에 초점을 맞춘 교양프로그램이 더 많은 방송채널에서 시행해야 할 때다.

 TV 프로그램 역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단계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다문화 예비 사회인을 위한 프로그램,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등 카테고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이야기, 우리는 같다라 인식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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