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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먹는 것을 넘어선 '요리의 세계'…'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외 5권

등록 2015-03-31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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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윤시내 최희정 기자 = 최근 방송가에서는 ‘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쿡방(영어단어 ‘쿡’(cook·요리하다)과 ‘방송’을 합한 신조어)’이 대세다.

 ‘요리’가 유행이 된 지금,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다양한 측면에서 요리를 바라본 책들을 모았다.

 이번 기회에 요리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파란달 정영선 지음/ 미호 펴냄/ 400쪽/ 1만5800원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와 관계없는 소소한 장치들에 시선을 빼앗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멋진 풍광이나 인테리어, 패션 등에 말이다.

 방송작가 출신 요리전문가 ‘파란달 정영선’은 영화 속 음식이 그랬다. ‘아멜리에’의 여주인공이 톡 깨트리던 크렘 브륄레를 비롯해 ‘봄날은 간다’의 라면, ‘화양연화’의 국수, ‘설국열차’의 양갱, ‘하와이언 레시피’의 양배추 롤 등 장르와 비중을 불문하고, 그 음식이 지니는 의미를 분석하고 직접 만들었다.

 그녀는 이런 과정이 소소하게나마 삶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마치 영화 속 음식이 치유와 힐링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는 영화 속 요리를 대하는 그녀의 시선과 그에 따른 조리법이 가득 담겨있다. 오래된 영화부터 비교적 최신 개봉작까지 다양하게 다루면서 조리법 외에도 영화 속 음악과 장소, 소품 등 볼거리도 함께 담았다.  

 ◇알랭 파사르의 주방…크리스토프 블랭 글·그림/ 차유진 옮김/ 푸른지식 펴냄/ 100쪽/ 1만3800원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식당 라르페주. 1986년 문을 연 이후 프랑스 미식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곳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별 3개를 받아왔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만화가 크리스토프 블랭은 그 맛이 궁금해 3년간 라르페주와 그곳의 마스터셰프 알랭 파사르를 밀착 취재했다. 간결하고 위트 있는 그림으로 파사르의 인간적인 면모와 기발하고 창의적인 요리 과정 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버터와 마늘 등 기본적인 재료에 최소한의 간만 더했지만, 놀라운 맛을 내는 완두콩 요리·바닥에 깐 감자채 위에 각종 채소를 얹고 파르메산 치즈로 마무리해 피자처럼 만든 갈레트 등 화려함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최고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128쪽/ 1만3800원

 “내가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터라, 짐이 옥수수빵과 버터밀크, 돼지고기와 양배추와 케일을 꺼내 놓았다. 제대로 요리하면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게 없다.”(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 중)

 훌륭한 문학 작품 속 음식은 글자로 쓰였지만, 그 맛과 향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디자이너 겸 아마추어 테이블세터인 다이나 프라이드는 그 상상을 현실로 구현했다.

 세계 명작 속 상징적인 50가지 식사 장면을 골라 실제로 요리하고, 디자인하고, 사진으로 찍었다. 소설 속 대목과 해당 작품 소개를 비롯해 음식과 재료에 대한 정보도 간략히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의 사진들은 아마도 읽는 이들의 어떤 기억을 촉발해 소설 속 세계로 다시 여행하게 해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설들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그 이야기들의 맛을 살짝 보여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한다.

 ◇요리를 욕망하다…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560쪽/ 2만8000원

 대형마트에 가면 완성식품은 물론 집에서 불에 올리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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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그러나 반대로 우리는 요리 이야기를 하느라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요리하는 모습을 더 자주 지켜보고, 요리에 대한 책을 더 많이 읽으며, 실시간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더 자주 간다.

 ‘요리의 역설’이다.

 저자 폴란은 “요리에 우리가 정말로 그리워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며 반문한다.

 매일 요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이 달리고 지식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지언정 우리는 요리가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비극을 볼 준비가 안 돼 있다.

 이 책은 올바른 요리의 미덕과 가치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세계 곳곳의 셰프들을 만나고 직접 해봄으로써 우리를 요리의 가장 기초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바나나와 쿠스쿠스…팀 알퍼 지음/ 조은정 옮김/ 옐로스톤 펴냄/ 272쪽/ 1만5000원

 영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 자랐고, 한국인 아내와 9년째 한국에서 사는 영국인 푸드 칼럼니스트의 유럽 음식 에세이다.

 저자 팀 알퍼는 영국 가정식에서 시작해 음식의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지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과 조금은 엄숙하고 기교가 부족한 듯한 벨기에·독일·스위스 등의 대표 음식, 그리고 러시아·불가리아의 이색적인 전통 음식을 소개한다.

 미슐랭 별점을 매기듯 까다롭게 평가하지만,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따뜻함을 감추지 못한다.

 맛없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 음식에 대해서도 그는 혹평을 늘어놓으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음식이란 풍성한 재료와 양념, 멋들어진 플레이팅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걸 일깨운다.

 저자의 영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음식 쿠스쿠스의 추억을 불러내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셰프다…목혜숙 지음/ 호미 펴냄/ 316쪽/ 1만6000원

 이 책은 저자가 이탈리아에 머문 일 년 동안 중부 움브리아·토스카나, 남부 풀리아·칼라브리아, 북부 알토-아디제 등을 다니며 다양한 현지 요리를 배우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 목혜숙은 마흔 넘은 나이에 15년간 해오던 사진 일을 그만두고, 맨손으로 이탈리아로 날아가 레스토랑 견습생으로 지내며 요리를 배웠다.

 귀국한 뒤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뒤 최근 서울 부암동에 조그마한 파스타 가게를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거니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 모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저자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소박한 꿈을 향해 작은 용기로 첫걸음을 내디딘 덕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의 새로운 전기를 꿈꾸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늙은 청년’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속삭인다. “꼬라지오(Coraggio·용기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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