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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창]님비를 극복한 열정(熱情)

등록 2015-04-10 15:23:56   최종수정 2016-12-28 14: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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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회적 갈등을 통합으로 조정할 능력도 없어 수습하지도 못할 일을, 치밀한 준비나 검증 없이 수조원의 국세 낭비를 초래하는 국책사업을 앞으로 더 이상 벌이지 마라” “정부는 국책사업을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지속가능하게 추진하라”는 어느 명사의 칼럼에서 볼 수 있듯 대형 국책사업을 착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감에 따라 특정지역 거주민이 지역 훼손사업 또는 오염 산업 유치를 집단으로 거부하면서 국가 차원의 공단 설립이나 발전소, 댐 건설은 물론 핵폐기물 처리장, 광역 쓰레기장 같은 시설물 건설이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넘어 요즘은 ‘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 마라’는 ‘바나나(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바나나 현상은 ‘혐오 시설이라면 어디라도 안 된다’는 이기적인 개념 중 하나다. 발전소, 송전탑, 댐, 쓰레기 매립장 등의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행복주택’이 있다. 철도부지 등에 공공주택을 지어 비싼 집값과 전세난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신혼부부나 대학생 등에게 제공하는 제도다. 이렇게 좋은 제도에도 바나나 현상이 일어났다.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들이 “집값이 내려간다” “교통체증과 인구과밀 문제점을 낳을 것이다” 등의 논리로 반발한 것이다.

 바나나 현상과 다른 면이 있지만, 2001년 5월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로 경유지와 변전소 부지를 경남 밀양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대표적인 국가 기간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06년부터 환경운동단체들과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대 투쟁에 직면했다. 이들은 송전탑을 거치는 전기가 고전압이라 인근 주민들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전은 송전탑은 높이가 있어 인체에 무해할 것이며, 보상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긴 공방전을 치른 끝에 사태는 일단락됐다. 송전탑은 예정대로 건설되면서 현재 마무리 시험 송전을 마친 상태다.

 밀양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인 2012년 12월 조환익 사장이 한국전력공사 수장에 올랐다. 그는 취임 직후 밀양송전탑 대책본부를 만드는 등 밀양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 사장은 이듬해인 2013년 2월부터 현장을 무려 40회 넘게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밀양 시민과 직접 만났다. 송전탑 건설 필요성을 역설하고 설득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주민 의견을 직접 수렴했고,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진정으로 다가섰다.

 ‘사태’라고까지 일컬어진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가 마무리된 과정에서 우리는 아무리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이라도 이제는 치밀하고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밀어붙이기 일변도여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고 경영자의 위엄을 벗어버리고 주민들 곁으로 다가선 조 사장이 있었기에 밀양 사태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한전은 밀양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송전탑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조 사장의 또 다른 소통으로 님비를 넘어 바나나 현상까지 극복하는 제2, 제3의 모범 사례를 기대해 본다.

 염희선 뉴시스 아이즈 편집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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