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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만선 성현상 대표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이죠"

등록 2015-04-15 09:00:00   최종수정 2016-12-28 14: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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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개성공단은 남북간 이어진 실낱같은 소통의 끈입니다. 이곳이 발전돼 미래의 남과 북이 열리고, 통일의 첫 길목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닫힐 수도 없고, 닫혀서도 안 되죠. 이 불씨가 꺼져서는 안 됩니다."

 올해로 개성공단 입주 10년차를 맞은 의류제조 중소기업 만선의 성현상(60·사진)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북으로 출근한다.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난 13일 서울 양평동 만선 사무실에서 만난 성 대표는 생각보다 밝은 얼굴이었다. 사무실 분위기도 북적북적 활기찼다. 

 의류제조업체인 만선은 개성공단에만 두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300명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에서 연간 3000만장의 의류를 생산해 패션그룹 형지, 올리비아 하슬러 등에 납품한다. 골프웨어인 핑, 팬텀, 엘리트 교복 등도 북한 근로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북측 직원들 대다수가 교육도 잘 받았고 똑똑해요. 한국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소통도 쉽죠. 재주와 근면성 등이 우수합니다. 동남아에 공장을 내지 않고 개성으로 가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성 대표는 국내 중소제조기업들이 인건비 문제 등으로 중국 등 해외로 옮겨갔던 2006년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45억원 가량을 투자해 북한에 처음 공장을 지었고, 공장을 하나 더 늘리며 지금까지 투자된 자금은 120억원 정도다.

 "1987년 사업을 시작해 국내에서 100명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죠. 다른 경쟁사들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겼고, 국내에 있다가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었어요. 3국 진출을 모색하던 차에 개성공단으로 방향 바꿔서 투자하게 됐죠. 당시엔 남북관계가 좋았지만 분단상황이라 상당히 고민을 하고 결단을 한거죠."

 성 대표는 북한으로 공장을 옮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씩 북한을 방문, 북측에서 업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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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엄청 긴장했죠. 그런데 현지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며 일을 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가 형제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아직까지 북측 직원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식을 하고 그러진 못하지만 언젠가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 대표는 2년 전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멈춰섰던 때를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했다. 만선은 당시 약 25억원 손해를 봤다.

 "2013년 4월7일 북측의 출입제한 조치로 개성공단이 멈춰섰죠. 그리고 9월27일까지 6개월 이상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거죠. 여름, 장마철에 장기간 공단이 닫히면서 기계에 녹이 슬고, 원단에 곰팡이가 폈어요. 계약사들은 항의를 해오고, 계약해지 통보도 받았죠. 그래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고, 회사도 경영해야 하니까 피해가 컸죠. 그야말로 악몽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개성공단이 닫혔을 당시 입주업체들이 정부로부터 피해보상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협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은 업체들은 9%대의 이자로 고생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 금리로 긴급자금을 지원해준게 다죠. 손해는 25억원 가량인데 업체마다 1000만원 남짓 지원받았죠. 개성공단이 중단될 경우 공단에 투자된 지분과 대부금을 100% 보상해주는 수출입은행의 경협보험이라는 게 있어요. 보험요율이 0.45~0.6%로 꽤 높지만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대부분 이 보험에 가입했죠. 저희도 보험료로 연간 3000만원을 10년간 냈어요. 당시 이 보험금이 나왔고, 6개월 후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면서 수출입은행이 보험금을 회수해갔어요."

 문제는 개성공단 운영 중단으로 받은 보험금을 이미 써버린 업체들이다. 100여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10여개의 운영 중단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수출입은행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수은은 현재 이들 업체로부터 9%대의 이자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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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수출입은행에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있어요. 현 정부는 아니지만 입주 당시 정부가 보증을 해줘 믿고 개성공단에 들어온 것 아닙니까. 정치적 문제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봤는데 기준금리가 1%대인데 9%대 이자를 내려니 억울할 수 밖에 없죠."

 성 회장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북측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최대 70억원까지만 보장되는 '경협보험'을 꼽았다.

 "개성공단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들이 무수해요. 만선도 개성에 12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분과 대부금인 60억원에 대해서만 보험을 들 수 있죠. 개성공단이 닫히면 절반인 60억원은 고스란히 날리는 거죠. 그렇게 되면 여러 기업이 부도날겁니다. 우리 기업인들이 북측에서 소신을 갖고 일하려면 북측의 자산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도록 보험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성 대표의 꿈은 개성공단을 기반으로 남북이 함께 자사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으로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디자이너 등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하고 20~30대를 타깃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의 자체 브랜드 '소호티카'를 기획, 론칭했다.  

 "30년 가까이 유명 패션브랜드에 납품을 해왔으니 기술력은 자신있죠. 일단 자체 쇼핑몰과 온라인 등을 통해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할겁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잘 이뤄져 3~5년 후에는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해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이 힘을 합쳐 '메이드 인 코리아'의 옷을 만들어 내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게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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