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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 45% "신분에 불안감 느낀다"

등록 2015-04-16 06:10:21   최종수정 2016-12-28 14: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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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앙대 학생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영신관 앞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3018명 학생들의 서명을 총장에게 전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04.13.  [email protected]
교수 75.8%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문생태계 붕괴"

【세종=뉴시스】류난영 기자 = 대학 교수의 45.5%는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서울 지역교수도 45.1%가 신분불안을 느꼈다.  

 '교수신문'은 전국 4년제 대학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16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5%가 '최근 2년 동안 교수 신분에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3년 조사 때의 43.3%보다 약간 늘어난 수치다.

 성별로는 남교수(43.9%)보다 여교수(53.5%)의 불안심리가 컸다. 연령별로는 경력이 낮은 교수일수록 더 불안하하게 느꼈다. 재직기간이 5~10년 된 교수는 67.7%로 불안감이 가장 컸다. 5년 미만 교수(58.1%)와 11~15년 된 교수(57.1%)가 느끼는 불안감도 이에 못지않았다.

 비수도권(45.5%)과 수도권(45.4%) 간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지역 교수 가운데도 45.1%가 신분 불안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계열별로는 의약계열 교수(33.3%)를 제외하고 모두 불안하다고 느꼈다. 예·체능계열 교수가 56.9%로 불안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공학계열 교수도 50.0%나 됐다. 인문(47.4%)이나 사회(41.9%) 계열보다 오히려 높았다.

 교수들은 신분 불안을 느낀 이유로 '학생 수 감소'(40.1%)를 꼽았다. 이어 고용조건(19.9%), 학교와의 갈등(14.6%), 연구부담(10.9%), 동료 교수와의 관계(7.6%) 등의 순이었다.

 '대학 교수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교수도 80.2%나 됐다. 이는 2013년 조사(68.4%)보다 11.8%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75.0%)보다 비수도권 대학 교수(83.4%)가 부정적 인식이 더 강했다.

 조사에 참여한 교수들은 "대학은 직업인 양성소로 가고 있고, 교수는 지식인이 아닌 지식기사가 돼 가고 있다"며 "학자나 지식인이 아닌 연구지표 올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스스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굳어지고 있었다. "대학교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49.8%가 '아니다'고 답해 2013년 조사때보다 7%포인트 늘었다. 반면 '낙관적'으로 보는 비율은 13.7%에 그치는 등 2013년(23.4%)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대한 이유로 학생 수 감소로 촉발된 대학 구조조정을 지적하는 교수가 많았다. 한 교수는 "대학평가에 따른 강제적 구조조정과 이를 대비하는 대학의 대책이 교육, 연구 등 교수의 본질적 업무보다 취업률, 충원율 등 지표관리 업무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으로 이직하고 싶다는 응답도 49.2%나 됐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 교수는 절반이 넘는 52.2%가, 수도권 대학 교수도 44.4%가 이직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70.0%, 40대가 68.4%가 이직을 생각했다. 

 이직을 생각한 이유는 '신분 불안 해소'(22.3%)보다는 '보다 나은 연구환경'(32.1%)을 꼽은 교수가 가장 많았다. 보다 좋은 교육환경(18.4%), 좋은 급여 조건(11.7%) 등의 응답도 있었다.

 또 응답자의 75.8%는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문생태계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인문학 교수는 83.0%가 이같이 응답하는 등 다른 어느 계열보다 위기감이 높았다. 예체능도 81.5%로 높았고 자연계열 75.5%, 사회계열 74.4%였다. 의학계열은 56.7%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 교수(70.4%)가 비수도권 대학 교수(52.4%)보다 학문 후속세대 단절과 학문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한 교수는 "구조개혁이 학문적 필요성이나 자율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 관계와 경제 논리에 의해 타율적으로 이뤄지면서 대학이 기초학문의 토대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인문, 예술 분야 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이 분야의 학문후속세대가 거의 단절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직업을 선택해도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응답은 74.9%로 교수로서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반면 교수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2013년 44.3%에서 올해 31.3%로 떨어졌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비율도 2013년(51.6%)에는 절반이 넘었지만, 올해는 47.2%로 떨어졌다.  

 '지식인의 죽음','대학은 죽었다'고 비판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응답자의 70.3%가 '그렇다'고 동의했다. 2013년 조사 때만 해도 57.9%였으나 12.4% 포인트 증가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교수사회의 모습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응답자의 24.6%가 '무분별한 정치 참여'를 꼽았다. 또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18.5%), 연구비 유용 등 연구부정행위(18.3%), 성추행 사건(17.3%), 학위논문 부실 지도 및 심사(1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동료 교수의 표절 행위를 보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비판은 하지만 조용하게 처리한다'는 응답이 54.3%로 가장 많았다. '모른 척 한다'는 응답도 31.0%에 달했다. '즉각 비판해 책임을 묻는다'는 4.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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