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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드라마로 영화로…재미 검증 장르소설…‘레프트 오버’ 외 3권

등록 2015-04-27 11:22:36   최종수정 2016-12-28 14: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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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최희정 기자

◇레프트 오버…톰 페로타 지음/ 전행선 옮김/ 북플라자 펴냄/ 524쪽/ 1만5000원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소설 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입증된 탄탄한 줄거리와 원작 팬들의 관심이 흥행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과거 에 출간된 소설이 서점가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영상 제작자들이 선택할 만큼 재미가 검증된 책이라는 독자의 판단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인기 있는 영미권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반지 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은 물론 드라마 ‘로스트’ ‘덱스터’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수많은 영상물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왕좌의 게임’ ‘트루 블러드’ 등 소설 원작 드라마로 국내 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방송사 HBO는 지난해 연작드라마 ‘레프트 오버(The leftovers)’를 방영하고 올해 두 번째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드라마 역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출간됐다.

 소설 ‘레프트 오버’는 전 세계 인구의 2%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가상의 사건 발생 3년 후 이야기를 다룬다. 남겨진 혹은 ‘선택받지 못한’ 전 세계 98%의 사람들은 이 ‘갑작스러운 증발’이 왜 발생했는지, 얼마나 지속할지,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 한다.

 책 속에서는 물론,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책 밖 에서도 이 증발이 ‘휴거’인지 아닌지 의견이 팽팽했다.

 ‘휴거(携擧·the rapture)’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용어로,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예수 재림 전에 죽었던 성도들은 부활하고, 그때까지 살아 있는 성도들은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 신을 만나게 되는 종말적인 사건을 가리킨다. 성경에 의하면 이렇게 휴거된 성도는 곧이어 전개될 ‘지상의 7년 대환란’을 피하게 되는데, 대환란이 끝난 후 이 들은 그리스도와 더불어 지상으로 재림해 천년왕국 동안 신과 더불어 왕 노릇을 하게 된다.

 저자 톰 페로타는 이 ‘휴거’와 비슷한 사건을 하나의 소설적인 장치로 사용해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상실에 대처 하는 방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무신론자였던 주부는 휴거 이후의 대환란이 올 것이라 는 허무주의에 빠져 사이비종교의 신자가 되고, 독실한 신앙을 가졌던 목사는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것에 좌절하며 이 사건이 ‘휴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아들을 잃은 남자는 ‘치유 운동’을 전개하며 예언자로 칭송받지만 결국 쾌락을 탐닉하며 타락한다. 미래를 불신 하는 청소년들은 당연한 순서처럼 일탈에 빠진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건 전과 같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독자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분투를 통해 삶의 근간이 무너져 내렸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간접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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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그것은 매우 극단적이고 암울하며, 때로는 흥미롭고 로맨틱하다. 이런 과정을 겪는 동안 희망이라 생각했던 것이 절망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고, 절망이라 회피하던 곳에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움트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무조건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 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은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우울 한 분위기는 아니다. 책은 슬프면서도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작품 속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꽤 많이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슬픔과 상실, 비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평단으로부터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일상생활에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찬사를 들었다. ‘2011년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소설’ ‘2011년 워싱턴포스트가 주목한 픽션’ ‘2011년 USA 투데이 선정 10대 소설’ ‘2011년 NPR의 10대 소설’ 등에 선정됐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예일대와 시라큐스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그의 작품 중 ‘일렉션 (Election)’과 ‘리틀 칠드런(Little Children)’은 각각 영화화됐다. 특히 저자는 ‘리틀 칠드런’의 시나리오를 토드 필드와 공동집필해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나를 찾아줘…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푸른숲 펴냄/ 640쪽/ 1만4800원

 미주리 주의 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닉과 에이미는 모든 이웃들이 부러워하는 부부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실종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여러 방송에서 이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남편 닉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에이미가 남긴 흔적들이 남편 닉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렸던 정황도 속속 드러난다. 당신은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은 인간적 한계와 부족함을 가진 두 남녀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독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섬뜩하게 묘사한다. 미국에서 200만부가 팔렸고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 현지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외국소설 안 읽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출간 2개월 만에 30만부가 팔렸다. 원작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먼데이 모닝스…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느낌이있는책 펴냄/ 424쪽/ 1만3500원

 미국 의학드라마 ‘먼데이 모닝스’의 원작 소설이다. CNN 의학전문기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 중이기도 한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실수하면서 배워나갈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비애와 치열한 의학의 세계를 독자들이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환자를 아끼는 따뜻한 의사지만 동료 의사들의 실수를 지적할 때는 누구보다 냉혹하고 가차 없는 첼시 제너럴 외과과장 하딩 후튼, 한국계 의사로 사교성도 없고 퉁명스럽지만 환자를 살리려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성 박, 천재적인 의술과 완벽한 외모를 겸비했지만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누구보다 환자에게 다정다감한 타이 윌슨. 저자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의사들도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을 토대로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도 성공도 아닌 바로 ‘자세’임을 강조한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앤드루 호지스 지음/ 김희주․한지원 옮김/ 동아시아 펴냄/ 872쪽/ 3만6000원

 우리가 워드프로세서로 문서작업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 덕분이다. 그는 에니그마(Enigma)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역사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컴퓨터의 개념을 창안하고 현재 컴퓨터의 탄생에 기여한 그의 공로는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권에서는 가히 놀라울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5월 25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의회 연설 중에 튜링을 영국의 대표 과학자로 꼽았다. 이 책의 원서(Alan Turing: The Enigma)는 아마존 종합순위 45위, 과학 및 전기 분야 1위에 오르며 영미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 2월 국내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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