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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통신·IT기업들, 새 먹거리 사업 ‘지지부진’…왜?

등록 2015-05-04 10:11:11   최종수정 2016-12-28 14: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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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핀테크, 스마트카, 헬스케어 등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신산업이 국내에서는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 적극 추진 중인 국내 IT기업들은 기대와 달리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핀테크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로 규제 완화에만 방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제조업 등 기존 산업에 ICT가 융합하면서 발생하는 갈등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 산업 간의 융합으로 협업이 요구되는 상황이나 실상은 업체들끼리 주도권 다툼을 벌이거나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신산업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 발전, 더딘 이유

 핀테크(fintech)는 금융과 ICT의 결합을 통해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에서는 자산관리, 송금, 대출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해 있지만, 국내에서는 간편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SK플래닛의 시럽페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티몬의 티몬페이 등이 있다. 오는 6월엔 네이버의 네이버페이가 나온다.

 송금서비스의 경우, IT 대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뱅크월렛카카오와 스타트업(신생벤처)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등이 있다. 일일 송금 한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거나, 제휴된 은행이 대형은행보다는 지역은행에 한정되는 등 한계가 있어 간편결제처럼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정부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는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3월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지난 14일 민관합동 협력체인 ’핀테크 지원협의체‘를 출범했다. 또 오는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등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지원에도 IT업계와 금융업계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 난제로 꼽히고 있다. IT업계는 금융업계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지난해 9월 출시할 당시, 신용카드사들이 다 참여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며 “자기네가(카드사)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다음카카오)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고 카드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송금서비스의 경우 은행 쪽과 일일 한도나 충전 한도 때문에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 한도액을 높이고 싶은데 쉽지 않다”며 “이로 인해 송금서비스가 확산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강조했다.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IT대기업 관계자 역시 “신용카드사들이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에 주목하는 것 같다”며 “금융권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규제 완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사-IT대기업’ 관계보다는 ‘금융사-스타트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지난해 규제를 일거에 제거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며 “금융위가 규제를 얼마나 열어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사와 스타트업이 일종의 갑을관계를 형성한다. ‘민민규제(民民規制)’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면서 “대형업체가 소규모 업체를 꺼린다는 얘기가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이런 얘기를 금융권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카·헬스케어…눈치 보는 통신업계

 스마트카나 헬스케어 분야도 상황이 비슷하다. IT·통신업계가 제조업계나 의료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스마트카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자체 스마트카 사업인 블루링크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통신사가 내놓은 서비스가 견제받는 분위기다.

 자동차 산업과 I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카는 쌍방향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한 차량이다. 지난해 1월 SK텔레콤은 스마트카의 전 단계인 커넥티드 카(다른 기기와 통신으로 연결된 차) 서비스 ‘T카’를 출시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는 T카 통신프로그램을 자동차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개조에 해당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해당 솔루션 설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카는 출시 후 현대·기아차와의 마찰이 있어 홍보를 안 하고 있다”면서도 “고객이 먼저 알아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T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텔레콤이 홍보하고 있는 서비스는 여러 차종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오토스캔’(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카 솔루션)이 거의 유일하다.

 KT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스마트카 서비스 ‘블루링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경우처럼 홍보를 따로 하고 있지는 않다.

 KT 관계자는 “현대차와 블루링크를 같이 개발했다”며 “KT는 회선을 제공하고 있으며, 홍보는 현대차 쪽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아예 중소기업과 손을 잡았다. 유브릿지와 함께 차량용 미러링 서비스 ‘카링크’를 개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폭스바겐 공식 딜러인 신아주그룹 계열 아우토플라츠와 함께 차량 진단과 맞춤형 정비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LTE 기반의 스마트카 서비스를 출시했다.

 헬스케어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KT는 원격의료서비스를 추진 중이나 현행 의료법상 원격진료가 금지돼 사업이 거의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 허용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쳐 구체적인 해법이나 합의점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 원거리 건강검진 서비스 구현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의사들이 무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원격진료를 단념(?)한 채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현행법 내에서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내놓은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과 병원에 공급하는 솔루션(‘페이션트 가이드 키오스크’ 등)이 있다.

 이와 관련, 미래부 정책총괄과 신은경 사무관은 “현재 의료법 범위 내에서도 전혀 사업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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