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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청청 디자이너 "평생 패션쇼하며 살고 싶다"

등록 2015-05-07 09:00:00   최종수정 2016-12-28 14: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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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이청청 디자이너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상봉 디자이너 쇼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5.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살아남는 브랜드들에겐 뭔가 있지 않을까요. '라이'를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지난 달 27일 이상봉 디자이너 쇼룸에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인 디자이너, 이청청을 만났다. 그가 2012년 론칭한 브랜드 '라이(LIE)'는 빠르게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두타에 첫 단독매장을 오픈했고, 최근까지 국내 주요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꾸준히 진행했다. 곧 백화점에도 입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지만, 그에겐 '이상봉의 아들'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숨기려거나 넘어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패션'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을 뿐이다.

 '라이'가 어떤 브랜드인지 궁금했다.

 "라이의 슬로건은 '에브리데이 웨어 럭셔리 위드 어 트위스트(Everyday Wear Luxury with a Twist)'다. 매일 입을 수 있지만 특별함을 가졌다. 미니멀한 실루엣 안에 패턴과 디테일을 버무려 냈다. 보기엔 무늬와 그래픽이 독특해 어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입어보면 웨어러블(세련되면서도 현실적인 옷)하다고 한다. 기분 좋은 칭찬이다.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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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이청청 디자이너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상봉 디자이너 쇼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5.07.  [email protected]
 그는 자연스럽게 패션과 친해졌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적인 선과 색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상봉이다. 집에서 목각인형, 누드스케치를 보며 자랐다. 마네킹도 껴안아보고 가위질도 해보는 게 그에겐 놀이였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예술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 것도 브랜드 '이상봉'을 세계화하고 싶어서였다. 제작보다는 '경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점차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졌다. 결국 런던에서 남성복을 배웠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여성복 브랜드 '라이'를 론칭했다.

 라이의 이청청이지만 디자이너 이상봉의 아들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가진 능력을 모두 끌어내 라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걸어갈 길을 걸어온 스승이라며 아버지를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칭했다.

 "선생님(아버지)으로부터 '마지막 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라. 눈을 많이 훈련시켜라' 같은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을 항상 들어왔다. 선생님과 협업도 꽤 진행했으니 좋은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고, 큰 장점이다. 하지만 라이는 혼자 이끌어나가고 있다. 선생님한테 디자인을 보이지도 않는다. 신인의 풋풋함을 가져가고 싶다. 유통, 재정 등 사업적인 부분도 묻지도, 관여하지도 않는다."

 2013년 라이를 국내에 본격 선보이기 전까지,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파리 후즈넥스트, 뉴욕 코트리, 프리미엄 베를린 등 유럽 패션박람회를 참가했다. 지금도 중국, 뉴욕, 도쿄, 런던 등 외국 바이어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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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이청청 디자이너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상봉 디자이너 쇼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5.07.  [email protected]
 국내에서는 매장 30개 확장을 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만큼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라이는 이씨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015 FW 컬렉션은 수평선과 수직선을 활용, 구조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이날 그가 입은 상의도 '선'이 눈에 띄었다.

 그는 "브랜드 타깃층을 특정 계층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이들이라고 표현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화려함은 빼고 싶다. 색깔과 선만으로 배치한 옷이 아름답다. 또 내게 디자인은 '창조'가 아닌 '창의'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보다 이미 존재하는 색깔, 소재, 형태들을 나만의 색깔로 버무리고 싶다. 자르고 나누고 연결해보며 실험하는 셈이다. 2015 SS 컬렉션은 몬드리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2016년 SS 컬렉션 주제는 프레임(틀)이다. 액자 안을 채우거나, 같은 배경에 앞 필터를 계속 바꿔보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만 세심한 디테일로 위트를 채운다. 소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 장식을 달거나, 장식 소재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여성복은 느낌이 우선이다. 하지만 남성복은 단추 1~2㎝ 위치 차이에도 형태가 달라져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성복에서 배운 부분을 적용해보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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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이청청 디자이너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상봉 디자이너 쇼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5.07.  [email protected]
 이처럼 그의 감성과 상업성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게 주어진 숙제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디자이너인 그의 꿈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그는 라이를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죽을 때까지 컬렉션을 여는 디자이너'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세일즈(판매)가 되지 않아 컬렉션을 포기한 선배들을 수없이 지켜봤다. 대중들에게 인식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라이도 디자인과 상업성 두 마리를 모두 잡았으면 한다. 그러면 안정적으로 컬렉션도 열고, 남성복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최고의 디자이너란 소망은 없다. 다만 디자이너의 삶을 계속 연장하고 싶다."

 한편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아버지로 인해 불거진 '열정 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나도 한 때 견습과정을 거쳤다. 업계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이 윈-윈하기 위해선 견습 과정에 대해 공론화된 제도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아르바이트와는 헷갈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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