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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묵계월 후계자, 누구인가

등록 2015-05-12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14: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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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 묵계월 명창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17>

 묵계월(1921~2014·이경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였다. ‘적벽가’, ‘출인가’, ‘선유가’, ‘방물가’ 소리실력을 특히 인정받았다. 경기 12잡가 상·중·하 청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상청에서 올려 꺾는 끝막음 소리가 압권이란 평을 들었다.

 1975년 예능보유자로 지정됐으니 제자가 매우 많을 듯하다. 그러나 지난 2일 묵계월 1주기는 제자들에 의한 추모식 없이 넘어갔다.

 묵계월 생전, 김영임(59)과 유창(56·유의호) 등을 전수조교로 정하는 과정에는 갈등이 있었다. 유창은 2009년 서울시무형문화재 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으며 계보를 떠났다. 김영임은 30여년 간 지속돼 온 계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지정 방식으로 이뤄진 선정 심사를 통해 스스로 계보에서 벗어났다. (이 지정 방식에 참여한 국악인은 심사 결과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결국,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묵계월 계보는 문화재보호법 상으로는 존재하나 실제로는 폐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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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 묵계월 명창(왼쪽)과 남은혜 명창
 이런 상황에서 묵계월이 작고 1년 전인 2013년 1월13일 남긴 녹음자료가 주목받고 있다. 공주시가 지원, 발행하는 ‘공주아리랑 조사보고서’에 수록될 녹취록이다. 묵계월의 육성은 경기민요 이수자인 공주아리랑보존회 회장 남은혜(57·남운자)의 손을 들어줬다.

 ‘묵계월 선생님이 남기신 말씀’이라는 녹음에는 자신의 계보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고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묵계월은 ‘한오백년’, ‘청춘가’, ‘긴아리랑’을 부르는 중간중간 계보와 유품 문제 그리고 남은혜를 향한 기대감 등을 밝혔다.

 “노래를 잘해서 내 대를 잇기를 바라며 대 명창이 되길 바란다. 사랑하는 남은혜 제자야”, “남운자, 모든 걸 주마. 노래 모두 다 주마. 남은혜를 사랑하고 착하게 생각한다. 내가 쓰던 것을 남운자에게 다 준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무쪼록 노래를 잘 배워서 내 후계에 서기 바라면서…. 기대가 크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부탁한다.”

 남은혜는 스승의 제자들이 사분오열했다며 안타까워한다. 남은혜의 소리 인생은 1979년 묵계월을 사사하면서 시작됐다. 가장 오랜 세월 도제식으로 묵계월의 소리를 배웠다. 과정 자체를 끝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2002년에서야 이수를 마칠 수 있었다. 임종을 지키고 유언을 받은 단 한 명의 제자가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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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은혜 명창
 이들 사제 간의 소리를 잘 아는 원로는 “영글고 단단한 목의 통성으로 ‘한오백년’과 ‘긴아리랑’을 애이불비하게 하는 맛을 유일하게 전수한 제자가 남은혜”라고 지목한다.

 문화재보호법에도 없는 방식, 즉 문화재청이 평가위원을 위촉해 계보와 무관하게 후보자를 선정한 다음 가창을 심사해 경기민요 보유자를 지정하려는 것은 사승(師承) 계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많은 전수조교, 이수자, 전수자를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편집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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