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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해로운 것 아니라는데…MSG 논란 왜 계속 되나

등록 2015-05-12 13:18:12   최종수정 2016-12-28 14: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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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웰빙 소비 트렌드와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 조미료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18일 롯데마트의 최근 5년간 조미료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 '가공 조미료'는 지속 감소한 반면 '천연 조미료'는 꾸준히 성장해 5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4월26일 방송된 MBC TV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2’에서 이색 대결이 그려졌다. 유명 셰프 샘킴이 군부대 고참 취사병들과 요리 맞대결을 펼친 것.

 이날 샘킴은 “장병들의 건강을 생각해 (조미료인)MSG(L-글루탐산나트륨)를 전혀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닭고기 채소 수프’를 만들었다. 반면 취사병들은 MSG를 자유롭게 사용해 ‘감자 양파 찌개’를 준비했다. 장병들은 샘킴의 ‘역작’인 닭고기 채소 수프에 대해 “아무 맛도 안 난다”고 혹평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지만, 감자 양파 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결국 샘킴이 24대 36으로 패했다.

 이를 두고 “샘킴이 MSG를 멀리한 대가”라고 안타까워하는 평가가 나왔다. 즉 “건강에 해로운 MSG에 국민의 입맛이 길든 탓”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샘킴은 “다음에 혹시 요리를 또 하게 되면 신선함을 주고 싶다. 진짜 건강한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MSG를 사용하지 않은 요리가 건강식”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지켜본 많은 국내 유명 조리사들은 반발했다.

 ‘한식장인’ 유민수(서울 양평동 우사미) 대표는 “MSG가 가진 장점을 모두 무시한 것은 물론, 세계적인 보건·식품 기관들이 인정한 안전성까지 도외시한 채 MSG는 무조건 몸에 해롭다는 인식을 심어준 방송이었다”면서 “적은 부식비, 짧은 조리 시간 등 수많은 한계를 가진 군대라는 열악한 조리 환경에서 MSG마저 없다면 군인들이 어떻게 제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전 세계적으로 MSG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의문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멈출 줄 모르는, 지구 상 유일한 나라인 한국. 1960~1970년대 한국인의 입맛을 두고 벌인 미원과 제일제당의 ‘MSG 전쟁’에 버금가는 MSG 무해론과 유해론 간 자욱한 포연으로 들어가 보자.

◇MSG가 뭐길래

 “MSG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유명 식당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이다.

 ‘MSG 무첨가!’ 한 국내 대기업이 내놓은 식품 포장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MSG 비(非) 사용=착한 식당(기업)’이라는 인식이 일부 소비자 사이에 당연한 것처럼 퍼지면서 ‘MSG 사용=나쁜 식당(기업)’으로 확대해 해석되고있다.

 MSG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불량식품’의 상징처럼 여겨질까. 그처럼 해로운 것이라면 세계 각국 식품·보건당국은 어째서 100년이 넘도록 MSG가 활개를 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인가.

 MSG는 ‘모노 소듐(나트륨) 글루타메이트(Mono Sodium Glutamate)’의 줄임말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이자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물에서 잘 녹을 수 있도록 나트륨을 첨가한 물질이다.

 나트륨을 인위적으로 첨가했다고 해서 ‘화학조미료’라는 주장도 있지만, 석유로부터 뽑아낸 것이 아니다. 사탕수수 등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당밀(糖蜜)에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켜 글루탐산을 만든다. 나트륨은 물에 닿는 즉시 글루탐산과 분해되고, 물에 용해된 글루탐산은 다시 완벽한 천연 글루탐산이 된다.

 글루탐산은 인체에도 존재한다. 성인의 경우 신체에 단백질이 11.7㎏ 정도가 분포하는데 그 15%가량이 글루탐산이다. MSG에 들어있는 글루탐산은 우리 인체에 있는 글루탐산과 구조가 똑같다.  

 인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 식재료에 존재한다. 다시마, 버섯, 토마토, 옥수수, 닭고기, 소고기 등 동식물 천연식품은 물론 파마산 치즈, 간장, 된장 등 발효식품에도 각각 다량의 글루탐산이 함유돼 있다.

 글루탐산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등 예로부터 ‘오미(五味)’로 일컬어진 맛이 아닌,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이다. 바로 ‘감칠맛’이다.

 그러나 그 추출이 쉽지 않다. 제대로 추출하지 못한 채 버려지는 식재료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더 많은 재료와 시간, 노력이 필요했다. 한마디로 말해 감칠맛은 서민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극소수 상류층·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MSG는 바로 이 감칠맛을 좀 더 쉽고 저렴하게 낼 수 있게 한 조미료다.

◇MSG, 영욕(榮辱)의 지난 100년  1908년 일본 도쿄대 물리화학과 교수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다시마 국물과 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독특한 맛을 통해 기존 오미와 전혀 다른 맛, 즉 ‘우마미(감칠맛)’의 존재를 깨달았다.

 이케다 박사는 오랜 연구를 거쳐 다시마에서 우마미를 내는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을 L-글루탐산나트륨, 즉 MSG 형태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케다 박사는 이듬해 아예 일본어로 ‘맛의 본질’이라는 뜻의 아지노모토(味の素)라는 회사를 세우고 상업적으로 MSG를 생산했다. 1909년 판매를 시작한 MSG는 1953년부터 당밀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맛을 내는 획기적인 기술로 전 세계를 무대로 승승장구하던 MSG는 1968년 미국 보스턴에서 유해성 논란에 직면한다.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중국계 의사가 제기한 ‘중국 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이다.

 그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뒤, 목·등·팔 등 몸 곳곳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 그는 “원인 물질이 중국 음식에 포함된 간장, 포도주, 과량의 소금, MSG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MSG는 이듬해 또 다른 유해성 논란에 휘말린다. 1969년 미국 워싱턴대 존 올니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MSG가 ‘흥분 독소(Excitotoxicity)’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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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이 세계 식량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화학조미료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시민캠페인'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4.10.14.  [email protected]
 오르니 박사는 어린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체중 1㎏당 2g의 MSG를 피하 주사했다. 그 결과, 뇌 조직에서 글루탐산 함량이 4배로 증가했고, 뇌의 시상하부에 상해를 입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어 4~8g을 주사하자 시신경 장애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신경외과 전문의인 미국 미시시피대 러셀 블레이록 박사는 저서인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원제 Excitotoxicity)에서 “사람의 뇌에는 전두엽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BBB)이라는 방어막을 갖추고 있는데 이 장벽은 3세쯤 돼야 완성된다“며 “따라서 유아는 소량의 MSG만으로도 뇌하수체가 파괴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일으키고, 성장과 신진대사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MSG 무해론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CRS의 경우 이후 반복된 실험을 통해 해당 증상들과 MSG의 연관성이 없고, 다른 음식이나 음료, 커피 등을 섭취해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임을 밝혀냈다.

 또 흥분 독소 문제에 대해서도 옹호론자들은 실험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위험성을 일축했다. 즉, 1㎏당 4g을 체중 60㎏인 성인으로 환산하면 240g에 해당하는 양인데 이는 사람의 하루 평균 MSG 섭취량 2g의 120배에 달한다. 이 정도 과량이면 소금, 비타민 등 다른 식품에서도 부작용을 보일 만한 양이다.

 섭취가 아니라 피하주사를 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같은 양을 사료와 같이 경구 투여하면 ㎏당 45g을 섭취했을 경우에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과량의 MSG를 주사하였을 때 쥐 같은 설치류에게는 독성이 나타나지만, 사람이나 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혈액의 MSG가 정상치를 유지하며 신경독성을 일으키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198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나서 MSG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생후 12주 미만 영·유아도 성인처럼 소화 흡수한다”고 밝혀 MSG 유해성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MSG는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는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분명히 했고, 유럽연합(EU) 식품과학위원회 역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을 통해 “MSG로 인한 독성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MSG 논란의 역사  MSG는 일제 강점기 아지노모토의 등에 업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평양냉면 육수 재료가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꿩 대신 MSG’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해방 이후 일본으로부터 아지노모토 수입이 중단되면서 MSG 맛에 중독됐던 한국인은 ‘미각 붕괴’를 겪게 된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미원’이다. 1956년 동아화성공업(현 대상)이 선보인 미원과 함께 국산 MSG 시대가 열렸다. ‘1가구 1미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미원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경쟁기업인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은 1963년 ‘미풍’을 선보이며 맹추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미원과 제일제당이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 대표기업임에 착안해 ‘영·호남 대리전’으로 여겨진 ‘제1차 조미료 대전’은 결국 미원의 승리로 끝났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 자식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했을까.

 패배한 제일제당은 절치부심한 끝에 1975년 ‘다시다’를 내놓았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590달러로 높아지면서 자연식품에 대한 욕구가 커진 데 착안, MSG만으로 만들어진 1세대 조미료와 달리 MSG에 소고기·멸치·마늘·양파 등 각종 식재료를 더해 ‘고급 천연 조미료’로 포지셔닝했고, 가격도 미원의 두 배나 비싸게 책정했다.

 이는 곧 MSG를 화학조미료로 인식시키는 빌미가 됐다.

 결국 ‘온리(Only) MSG’로 화학조미료의 대명사처럼 된 미원을 제치고 ‘천연조미료’로 인식된 다시다가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미원도 다시다처럼 MSG에 고급 식재료를 더한 ‘맛나’ ‘감치미’를 내놓고 시장 탈환에 나섰지만, 이미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MSG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진 상황을 더욱 키운 것은 1993년 11월 럭키가 ‘맛그린’을 내놓으면서 전개한 광고 캠페인이다. 럭키는 지적인 이미지의 배우 문성근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맛그린은 뇌 세포를 손상할 우려가 있고, 고온에서 발암물질로 바뀌며 천식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화학조미료인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미원과 다시다를 싸잡아 공격한 것이다.

 “MSG를 넣지 않았다면 문성근을 갈아 넣은 건가”라는 우스갯소리를 낳기도 했지만, ‘MSG는 화학조미료이므로 유해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보건사회부가 그해 12월 “안전성이 확보된 화학조미료 MSG를 첨가한 경쟁사 제품이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선전한 럭키에 대해 광고시정명령을 내리고 피해를 본 미원과 제일제당에 사과하도록 했다. 맛그린 제품도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MSG를 함유하고 있는 데도 포장에 ‘화학조미료 MSG 무첨가’로 표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정하고 이 부분을 포장재에서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소비자 불안은 점점 커졌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일일 섭취허용량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환경 단체와 소비자 단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반(反) MSG’ 전선을 계속 유지해나갔다. 동시에 “MSG를 사용하는 글로벌 식품회사들의 막강한 로비에 전 세계 보건·식품 기구들이 굴복했다”는 음모론도 국내에서 확산했다.

 급기야 KBS 출신 스타 PD 이영돈씨가 2012년 2월부터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을 통해 ‘MSG 비(非) 사용=착한 식당’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오면서 MSG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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