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안혁모의 연기선생 왈]영화로 만나는 '좋은 선생님'

등록 2015-05-18 10:22:12   최종수정 2016-12-28 15:01:0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6년 전 어느 날 제자로부터 ‘블랙’이라는 제목의 인도영화 한편을 추천 받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안혁모)선생님이 생각났다. 눈이 부을 정도로 울었다. 일단 한번 보시라, 안보면 후회한다” 고 하기에 얼마나 좋은 영화라 그러는가, 어느 장면에서 내가 생각난 것일까 궁금해 하다 며칠이 지나 영화를 보게 되었다.

 ‘블랙’(2009)은 헬렌 켈러와 앤 멘스필드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인도영화로 인도를 대표하는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과 배우 라니 무케르지, 아미타브 밧찬이 함께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울고, 또 울고 말았다. 당시 필자는 연극 무대를 떠나 연기자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무려 하루 17시간 연속으로 레슨을 진행하느라 늘 기진맥진해 선생님으로서 가져야할 소명의식도 약해지고, 기술적으로만 제자들을 대하는 건 아닐까 하고 반성 모드로 들어서던 때였다.

 ‘블랙’에 등장하는 데브라이 사하이 선생님은 그러던 필자에게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해 의사소통이라고는 전혀 안 되는 8세 여아 미셀을 만나 말하는 법과 문자를 가르치며 끊임없이 사랑과 헌신으로 마침내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도록 한 사하이 선생님의 집념이 너무도 숭고하게 느껴졌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그 외의 학원과 아카데미, 문화센터 등의 교육 공간에서 우리가 만나는 선생님은 몇 분이나 될까. 그리고 기억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선생님은 몇 분이나 될까.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 선생님들은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의 ‘존 키팅’, ‘블랙’(2009년)의 사하이, ‘지상의 별처럼’(2012)의 램 니쿰브, MBC TV 드라마 ‘허준’(1999~2000)의 유의태. 이들은 필자가 닮고 싶어 하는 선생님 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자들에게 목적과 목표를 찾아 꿈을 견고히 세우도록 하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품게 한다. 또 옳고 그름을 알게 하며, 넘어지고 좌절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에는 자신과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로 환골탈태하게 하는, 그야말로 ‘기적’을 이뤄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과연 나는 이들처럼 끝까지 제자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어떤 선생님으로 성장하고 있을까. 두 시간 남짓한 영화를 보면서 결국 필자가 찾아낸 좋은 선생님으로 남는 방법은 ‘제자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시원한 바람으로, 때로는 따사로운 햇빛으로 곁에서 함께하고 이끌면서 제자들이 잘 자라게 하는 농부의 마음!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려면 선생님이 먼저 지치지 말아야 한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지킬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이번 제34회 스승의 날을 맞아 또 다른 사하이 선생님, 키딩 선생님, 니쿰브 선생님, 유의태 선생님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