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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에서 희망을 보다②]“야근 싫어 주문 거절할 때도 있지요”

등록 2015-05-18 14:05:23   최종수정 2016-12-28 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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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무길씨가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자신의 목공 공방(‘루카스퍼니처’)에서 원목 침대를 제작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취업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 창업한 청년들이 있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는 등 가시밭길을 걸을 때도 잦지만,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본지는 청년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목수일에 뛰어든 손무길씨를 만나봤다.

◇청년 손무길은 왜 목수가 됐나

 “대학 시절, 취업이 문제가 아니라 직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니면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시간을 내 의지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고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일반 회사에 다니는 것은 내 삶의 선택 사항 속에 없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주택가에서 작은 목공 공방을 운영하는 손무길씨(33)는 창업에 관심을 뒀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손씨는 지난해 3월 ‘루카스 퍼니처’를 개업했다. 목수가 천직이기도 하지만, 시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 보고 싶은 사람을 보러가거나 쉬고 싶을 때 쉬거나 할 수가 없다”며 “조선시대로 치면 노예가 아닌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손씨는 집안에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손씨의 당숙이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이기도 하다.

 그는 “친형과 매형, 사촌, 오촌, 육촌 등 금융쪽에서 일하는 집안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봤기 때문인지 이쪽 분야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이후 정직하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직업을 생각하다가 목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씨가 회사에 전혀 취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잠시 건설사에서 일하기도 했고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공부했던 국제관계학 전공을 살려 종합상사(CCS)에서 일했다. 인재를 키우겠다는 사장의 눈에 들어 가나로 수개월간 파견 근무를 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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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무길씨가 지난 2011년 3월 인사동에서 열린 한 목가구 전시회에서 직접 제작한 원목 책장을 셋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내 손씨는 회사를 관두고 목수일을 틈틈이 배웠다. 유니크 마이스터란 사설 목가구 아카데미에서 가구 제작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데 이어 목조주택 빌더(집짓는 사람)와 인테리어 현장목수일 까지 다양한 경로를 거쳤다.

 전공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지만 목수일에 대한 장인정신이 있어서일까. 그의 솜씨를 알아보고 배우려는 사람도, 주문하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손씨는 지난해부터 ‘루카스퍼니처’란 목공 공방을 운영하면서 일반인 대상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손무길 대표는 “원목 식탁은 100년 이상도 쓴다. 책장처럼 오래 쓰는 가구는 소비자들이 좀 더 관심을 둔다”며 “요즘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주문제작을 하려고 한다. 또 원목 가구가 예전보다 가격이 저렴해진 데다 합판과 달리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찾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기에는 가구 주문이 한 달에 한 건인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6월말까지 가구 주문 예약이 꽉 차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씨는 여전히 특이하다. 야근이 싫어서 주문이 더 들어와도 “죄송하다” 하고 예약을 더 받지 않는단다.

 그는 “야근하면 퇴근시간이 늦어진다”며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물건을 꼼꼼하게 만들 수 있다. 쫓기면 주문을 무리하게 받게 되고 꼼꼼하게 만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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