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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호국보훈의 달, ‘전쟁’을 읽다…‘나는 대한민국 군인이다’ 외 3권

등록 2015-06-01 10:09:11   최종수정 2016-12-28 1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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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희정 윤시내 기자

 ◇나는 대한민국 군인이다  이경현 지음/ 푸른향기 펴냄/ 328쪽 / 1만4500원

 13년 전 입영을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 병역 기피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 때문에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그가 지난달 19일과 27일 두 차례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병역 기피에 대해 ‘석고대죄’하며 한국 입국에 대한 강한 바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동정여론이 있긴 하나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영광스러운 일일까. ‘군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안타깝게도 전자와 같이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국을 지키겠다며 한국 전쟁과 월남 파병에 참전, 대한민국 군인으로 25년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 관심을 끈다.

 대한민국 군인으로 살아온 것이 자랑스럽다는 저자 이경현씨. 일제강점기 시절 11살 어린 소년이었지만, 우리나라 역사와 국가관을 심어준 선생님 덕에 커서 반드시 군인이 돼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결심한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 자원입대해 교도대에서 육사 8기생 조교를 했으며, 6·25전쟁 당시 최전방 백골부대에서 옹진전투를 치렀다.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했다. 그러니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8·15 광복과 남북분단, 6·25와 월남파병을 겪으면서 25년간 대한민국의 투철한 군인으로 살아왔다. 이씨는 “군에 입대해 제대할 때까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 책은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다. 국내 흥행작 ‘국제시장’의 덕수처럼 가족을 위해, 혹은 국가를 위해 역사의 물결 속에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우리네 보통 아버지들의 눈물겹고 절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던 큰 집은 아군 대대본부로 사용된다고 하였다.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였다. 나는 이로부터 25년간 군에서 정년할 때까지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한편으론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한번은 크게 싸워야 하는 전쟁이고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니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라고 하자, 오늘 봉급을 탔다면서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을 털어 나에게 주었다. 나는 사양하고 잘 있으라고 말하고 중대로 달려갔다.” (본문내용 중)

 저자 이경현은 1928년 황해도 옹진군 교정면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육군사관학교에 입대했다. 1956년 육군헌병학교에 들어가 졸업 후 헌병대 강경파견대장, 헌병대 대천파견대장 등을 거쳤으며, 1966년 월남전에 참가했다. 6년 뒤 전역 후 기업인으로 활약했다. 한일친선협회 이사, 6·25 참전동우회 선임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운명의 1도  에드워드 L. 로우니 지음/ 정수영 옮김/ 후아이엠 펴냄/ 26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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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위 38선은 이렇게 결정됐다” 이 책은 1950년 6·25 발발 직전부터 1952년 7월까지 한국전쟁을 현장에서 경험한 미군 장교의 생생한 회고록이다. 저자인 로우니 장군은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맥아더 장군에게 최초로 북한의 남침 소식을 직접 보고한 인물이다. 이후 맥아더 장군을 도와 불가능하다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흥남철수작전에서는 흥남항을 폭파하고 마지막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작 한국인은 모르는 6·25전쟁의 비사를 공개했다. 애초에 남북 북단 경계선은 한반도에서 가장 폭이 좁은 북위 39도로 획정할 예정이었지만, 1도가 내려간 38도가 되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른 그 결정의 내막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판문점 체제의 기원  김학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702쪽/ 2만7000원

 내전이냐, 국가 간 전쟁이냐. ‘한국전쟁’을 둘러싼 가장 격렬한 논쟁이다. 이는 곧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로 귀결된다. ‘냉전의 정치’가 반영된 이 논쟁은 그래서 이분법적인 구도로 주도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전쟁의 기원’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 대신 그동안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는 한국전쟁 군사 정전 체제를 자유주의 진영이 기획한 하나의 특수한 평화 체제로서 ‘판문점 체제’라 이름 붙이고, 그 탄생을 국제정치학과 사회학을 아울러 설명한다. 그리고 60여 년간 이어진 이 체제의 불안정성을 말하며 새로운 평화의 기준을 역설한다.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를 제시하며 한반도를 넘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 수립을 고민한다.

 ◇폭격의 역사  아라이 신이치 지음/ 윤현명·이승혁 옮김/ 어문학사 펴냄/ 312쪽/ 1만7000원

 폭격은 근대 유럽이 식민지를 제압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폭격이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활약하면서 그 규모와 피해는 점점 커졌다. 저자 아라이 교수는 어린 시절 전쟁과 폭격의 참담함을 경험한 후 침략전쟁을 비판하고 역사 화해를 주도하는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이 됐다. 그런 그가 반제국주의적 시선에서 ‘폭격의 역사’를 설명한다. 한국도 폭격의 피해에서 예외는 아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의 주요 도시 22개 중 18개가 반 이상 파괴됐고(215쪽), 북한에 따르면 1952년 미군의 평양 폭격으로 주민 7000명이 피해를 입었다(219쪽).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이나 서양과 달리 ‘폭격 피해’를 먼 이야기로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폭격이 미친 영향과 피해자의 현실을 살피다 보면 ‘평화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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