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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메르스 확산 당국 방역 곳곳서 허점…총력 대응 무색

등록 2015-05-31 18:30:31   최종수정 2016-12-28 15: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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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변해정 김지은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건 당국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첫 환자가 발견된 지 11일만에 환자 수가 15명으로 늘어난데다, 첫 환자가 옮긴 2차 감염자 14명 중 8명은 당초 정부의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국 역시 31일에서야 초기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낮은 형태의 '한국형 메르스'일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첫 환자 확진까지 무방비 노출

 첫 번째 환자가 증상 발현 후 검체 결과까지 8일 동안 무방비로 노출된 점이 확산의 발단이 됐다.

 중동에 체류한 A(69)씨는 입국 7일 후인 지난 11일에 발열과 기침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2~3일 입원하다 퇴원했지만 증상이 악화돼 지난 17일 응급실에 내원, 다시 입원했다.

 병원 측이 19일 당국에 검체를 의뢰하기까지 4개의 병원을 옮겨 다녔는데 3번째 병원까지는 일반적인 감기인줄만 알았다. 환자는 중동 체류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의사들도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정부 대처가 안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기존 연구에만 매몰돼 방역 대책을 보수적으로 짰던 게 더욱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격리 대상 기준은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머문 경우였다.

 경직된 지침 탓에 역학 조사 과정에서도 허점이 발생했다. 첫 환자와 접촉한 대상자 범위를 같은 병실에 한정한 것이다. 뒤늦게 당국은 지난 28일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여섯 번째 환자 F(71)씨가 2차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같은 병동 환자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더욱이 첫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다 감염된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인 K씨(44·29일 확진)는 지난 16일 아버지 병실을 방문해 4시간 가량 머물렀지만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족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K씨의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보건당국도 가족관계 파악을 소홀히 했다.

 결국 K씨는 증상 발현 후 8일 동안 직장과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했고, 급기야  26일에는 출장차 중국으로 건너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선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2차 감염자 14명 8명은 자가 격리조차 하지 않아

 메르스 첫 환자 발생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는 전염력이 낮다"고 발표하며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과 가족 64명을 자가(自家) 격리하도록 했다.

 이 정도면 메르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가 격리 대상이 아닌 접촉자 중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1차 감염 환자를 제외한 2차 감염자 14명 중 8명은 당초 정부의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가 감염자가 계속 나왔다. 통상 메르스 환자 1명당 0.7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1명이 14명에 바이러스를 옮겼다. 또 31일에는 군 복무중인 병사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와 긴급 격리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선 실무자들, 지침에 너무 고집했다"

 보건복지부 소속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31일 민관합동 브리핑에서 "초기 판단과 관련해 (첫 환자가 발생한) 병실에만 집착했다. 일선 실무자들이 기존 지침을 너무 고집했던 측면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2차 감염이 대부분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를 전문가들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20일까지의 첫 번째 환자의 행적과 밀접 접촉자의 행적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방역체계의 헛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당국은 또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했던 메르스 바이러스 변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그간 보건당국은 대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하다가, 뒤늦게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기는 의심환자 발열기준을 낮추고 확진환자의 접촉자에 대한 전수 재조사에 나섰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하고 접근하고 있다. 첫째 현재까지의 염색체 분석결과에서는 변이가 없지만,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났는지 여부에 대한 전체적 분석은 진행 중"이라며 "이와 별도로 한 병원 내에서 많은 감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도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 반장은 "현재 해외를 포함해 4곳에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분석을 맡겼다. 3만개의 염기서열이 있는데 최단시간 내 마칠 예정"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 이번 주 중대 고비…3차 감염 막아야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감염자 확산 여부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환자가 지난 20일 발생했는데 최대 잠복기는 14일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체계를 촘촘히 하는 것이 최선이다.

 첫 환자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3차 감염자가 나온다면 메르스는 방역망을 뚫고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만 3차 감염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지역사회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바이러스는 옮길수록 전파 가능성이 낮아지고 강도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적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보고된 건은 하나도 없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긴밀하게 협조해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만약에 발생한다면 조기에 발견해서 더 이상 접촉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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