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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③]농산물값 고공행진…'식탁물가' 비상

등록 2015-06-22 10:58:46   최종수정 2016-12-28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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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뭄이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양념채소 양파와 마늘 가격이 오르고 있는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마늘을 살펴보고 있다. 2015.06.12.  [email protected]
배추 가격(1포기 3405원) 전년比 2배이상 올라  가뭄 지속될 경우 여름 채소값 상승 불가피



【서울=뉴시스】서상준 기자 =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배추, 대파 등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고, 예년 가격을 유지해오던 마늘과 양파값도 급등하고 있다. 봄부터 계속된 가뭄과 지난달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농산물값 상승에 맞춰 대규모 세일을 하던 대형마트 등도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영향으로 사실상 손을 놓은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배추 1포기 평균 가격은 3405원으로 지난해(1646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양배추와 대파(1㎏)도 전년보다 각각 129.8%, 108.3% 올랐다.

 도맷값도 배추 1㎏(810원)과 양배추 10㎏(1만1400원)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4.7%, 185.0% 급등했다.

 이는 지난달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채소 적정 생육 온도 25도를 넘어 생육이 부진한 탓이다.

 올해 전국 평균 강수량(1월~6월12일)이 118.6㎜로 평년(289.6㎜)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극심한 가뭄으로 그동안 큰 변동 없던 채소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달(1~10일) 들어 햇마늘 1망(3㎏)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6526원)보다 73% 오른 1만1300원을 기록했다. 양파 1망(1㎏) 가격도 전년 (430원)보다 90%이상 치솟았다.

 가뭄으로 모든 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특히 마늘은 비가 오지 않으면 크기가 굵어지지 않아 출하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양파의 경우 지난해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올해 중만생종 재배면적이 많이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110만t 정도로 지난해 (130만t)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책상황실을 확대 편성하고, 농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뭄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계약재배 사업을 농협에서 대형마트와 학교급식 센터 등으로 확대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환경부도 지하수·계곡물이 취수원인 강원도, 경북, 경기, 인천 등의 도서 및 산간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비상 급수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연재해인 가뭄으로 인한 가격 급등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 기상 상황을 봐서는 (가뭄 때문에) 채소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7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질 경우 쌀농사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과일류는 아직 가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실은 뿌리를 깊이 내려 채소보다 가뭄에 강한 특성이 있다. 다만 가뭄 이후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가뭄 피해를 입은 농경지는 전국 6494㏊에 달한다. 모내기가 지연되거나 물 마름이 나타난 논은 2786㏊, 고사 직전인 밭은 370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작황 부진에 출하량까지 줄면서 농수산물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12월(0.8%) 이후 6개월째 0%에 머물러 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갑당 2000원)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가뭄이 지속하면서 서민이 체감하는 ‘식탁 물가’는 매월 상승하고 있다. 하반기에 라면, 맥주, 소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주부 신모씨(서울 신정동·35)는 “채소가격이 많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며 “가족 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로 식단을 차려왔는데 보름 전부터는 완제품이나 가공식품을 사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마가 늦어져 마른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달에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7~8월 출하되는 여름 채소값은 더 오를 것이 분명하다.

 결국 가뭄이 길어지면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아 소비 주체인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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