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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르포]"비 안오면 올해 농사 반타작 될 것"

등록 2015-06-22 10:58:35   최종수정 2016-12-28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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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10일 극심한 가뭄으로 배추 모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국내 최고 높이(해발 1200m)의 고랭지 배추 산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안반데기 밭에 심어진 배추 모종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2015.06.10.  [email protected]
가뭄 피해 지역 농민 ‘탄식’…“이런 일은 처음”  고랭지 배추·무 생산량 전국 95%, 강원지역 피해도 심각

【전국종합=뉴시스】서상준 박준 기자 =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냇물도 말랐고, 지하수도 고갈 됐어요.”

 경북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에서 벼, 고추 등 농사를 짓고 있는 김수경(41·구천리 이장)씨 의 탄식 섞인 목소리다. 지난 16일 찾은 상운면 농촌 마을. 가뭄으로 물기를 머금은 논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논바닥은 갈라졌고, 이제 막 자란 모도 고사 직전이었다.

 김씨는 올 봄부터 이어져 온 가뭄 에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모내기는 거의 끝냈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다. 김씨는 “일주일 내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반타작이 될 것”이 라며 “300평 기준 쌀 소출량이 평균 5가마 이상인데 이렇게 가물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안동시 길안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탁호균(51·천지리)씨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다.

 탁씨는 “30년 가량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예년에는 가물어도 중간 중간에 소나기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없다. 길안천이 바닥을 보이면서 사과나무가 말라죽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푸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가뭄 피해는 지난 16일 현재 안동 178㏊, 영주 57㏊, 예천 23㏊ 등 모두 315㏊로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도내 평균 강수량이 203.7㎜로 평년(318㎜) 대비 63% 적은 데다 장마 전까지 큰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돼 가뭄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랭지 배추, 무 생산량이 전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강원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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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시스】강종민 기자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15일 오후 경기 화성 남양읍 문호동 들녁에서 농부가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2015.06.15  [email protected]
 강릉시 왕산면의 고랭지 배추밭. 예전 같았으면 정식(온 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내어다 제대로 심는 일)을 끝낸 배추 모종들로 들판에 푸른빛이 돌았는데 올해는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긴 가뭄 때문에 농작물 파종이 절반 수준에 그쳤고, 파종을 마친 모종들도 생육부진으로 자라지 못한 탓이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강원도 내에 내린 비는 149㎜로 평년(3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왕산면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73)씨는 “가뭄이 길어져 아직 (배추)모종도 못했다”며 “이번 주 내에 비가 안 오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수도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밭 3만2500여㏊중 정식과 파종을 못 한 밭이 1만500여㏊(약 30%)에 달한다. 특히 고랭지 배추는 8~9월 출하시기에 맞춰 6월 중순까지 모종을 심어야 하지만 가뭄으로 농가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파종을 마친 무 등 다른 작물도 잎이 말라버리는 등 피해 도 속출하고 있다.

 고랭지 무 주산지인 강릉·평창·정 선 등 강원 고지대도 파종이 보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 상된다. 이에 따라 7~8월 고랭지 무 출하량은 평년보다 10~15%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가뭄은 한반도 중·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가뭄 피해를 본 농경지는 전국적으로 6494㏊에 달한다. 모내기가 지연되거나 물 마름이 나타난 논이 2786㏊, 고사 직전인 밭이 370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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