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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이름값 하며 사는 사람들

등록 2015-06-29 09:55:21   최종수정 2016-12-28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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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子曰(자왈) 觚不觚(고불고), 觚哉(고재), 觚哉(고재)!”

 ‘논어’의 ‘옹야’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해석하면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름이 '모난 그릇'인데 모서리가 없으면 그게 모난 그릇인가!’” 즉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 이름에 권리보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子曰(자왈) 觚不觚(고불고), 觚哉(고재), 觚哉(고재)!” 는 연기자 조인성이 군복무시절 읽던 책 중에 마음에 울림을 준 대목이라고 추천해줬는데 그때 전해 듣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필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말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한 달이 넘도록 온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발병 후 치사율까지 높아져서 그 불안함과 두려움이 커가고 있는데 이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모든 민감한 상황들이 우리의 삶에서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거리로 나가보면 마스크를 한 사람 여럿이 눈에 들어왔고 병원과 장례식장, 결혼식장은 물론이고 쇼핑센터와 전통시장, 공연장도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한산할 정도였다. 모든 식당에서는 손 세정제를 비치해 놓을 정도로 메르스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밤 확진환자 네 명이 추가됐다는 아침뉴스를 접하면서도 아무런 충격도 없이 그저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 자신의 태도를 깨닫고, 이런 불감증이 메르스 사태를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고 고마운 것은 일선의 의료진들이 음압병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한 전파력에 의료진 자신들도 옮게 될까 무섭고 꺼려지는 일이지만, 의사·간호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견뎌내고 있다.

 의사! 간호사!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자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그동안 이들에게서 느껴왔던 이미지는 늘 바쁘고 불친절하고 거만하고 도도하고 쌀쌀맞은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의사·간호사가 목숨을 걸고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듣고, 보면서 이들은 정말로 꼭 필요한 때에 이름값을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간호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믿고 찾겠는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모습이야말로 그간 병원의 불친절에 대해 가져온 불만을 시원스레 가시게 하는 단비처럼 반갑고 고맙다. 이들의 열정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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