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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복합쇼핑몰…입점 제한없이 성장세

등록 2015-07-08 08:20:39   최종수정 2016-12-28 15: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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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뉴시스】이정하 기자 = 복합쇼핑몰이 늘어나면서 지역 상인들의 근심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경기 여주시 상거동에 신세계사이먼 여주프리미엄아울렛 2관 증축공사 현장 앞에서 있는 인근 지역 상인 400여명이 ‘동종 브랜드 입점 금지’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2015-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2006년 마포구 상암동에 까르푸가 개점했다. 이 지역 신교시장 등 4개 시장이 없어졌다. 까르푸로부터 도보로 20분 남짓 떨어져 있던 망원시장 상인들은 시설현대화 작업을 서둘렀다. 손님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가 싶더니 이내 주택가마다 슈퍼슈퍼마켓(SSM)이 들어섰다. 2013년에는 시장에서 불과 1㎞ 떨어진 합정역에 홈플러스가 생겼다. 2017년에는 3㎞ 거리의 상암DMC지구에 홈플러스 크기의 30배가 되는 롯데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대형마트 논란이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이제 복합쇼핑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통업체들이 쇼핑·문화생활·식사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놀이 공간 개념의 복합쇼핑몰을 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13년 12월말 복합쇼핑몰은 82개에 달한다. 전국 백화점 개수 92개와 맞먹는 수치다.

 경기도 고양 이마트 타운이 지난달 개점한 데 이어 8월에는 현대백화점이 수도권 최대 규모로 경기도 판교에 복합쇼핑몰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천 송도와 송파구 장지동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출점할 예정이다. 신세계 쪽은 향후 3년간 경기 하남, 의왕, 인천 청라, 고양 삼송 등 수도권 4곳과 대전 1곳, 안성 1곳 등 6곳에 복합쇼핑몰을 개발할 예정이다. 롯데 역시 김해 롯데복합쇼핑몰을 개발 검토 하고 있고 2017년까지 경기도 오산과 파주에 복합쇼핑몰을 추가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의 성장 주춤세…신 성장동력 주목

 대형 유통사들이 복합 쇼핑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이미 매출 감소세로 들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조9900억원으로 2013년(6조4600억원)보다 7% 정도 줄었다. 이마트 역시 신규 점포가 아닌 기존점들의 매출을 비교하면 2013년부터 10조800억원대로 정체 현상을 빚고 있으며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35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만 팔아서는 소비자들을 더 이상 끌어들일 수가 없다는 고민이 복합쇼핑몰의 증가세를 끌어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복합쇼핑몰 소비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약 4시간으로 백화점, 대형마트보다 2배이상 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 아울렛 김해점의 경우 2011년 2218억원, 2012년 2459억원, 2013년 3257억원, 2014년 4005억원으로 매출 규모가 늘고 있으며 다른 곳도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기준 국내 아울렛 시장은 9조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사실상 제한 없는 무풍지대  

 복합쇼핑몰이 경쟁적으로 전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현행법상 입점 제한이 거의 없다시피 한 덕분이다. 복합쇼핑몰 입점 단계에서 제출해야 하는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는 대규모점포 개설자가 스스로 작성하면 된다. 이해관계인의 의견 청취 및 의견반영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장위주 정책에 초점을 맞춘 지방자치단체들의 도시계획도 복합쇼핑몰 확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지자체들의 유치경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중소상인 보호를 내세워 대형할인점의 건축허가를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통사가 이에 불복하면 법원에서는 건축불허가처분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건축법 등에 배치되지 않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전주지방법원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할인점 신축 불허가 방침을 내린 전주시 결정에 대해 "건축의 안전, 기능, 미관 향상, 주거환경, 교육환경 향상이라는 건축법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결내렸다.

 같은 해 창원지방법원에서도 대형할인점이 들어설 경우 중소상인들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기대되므로 건축허가를 제한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허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지역상권 몰락 우려…지역경제 기여도는?  

 복합쇼핑몰이 늘어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근심이 쌓여가는 쪽은 지역상인들이다.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영등포 신세계 타임스퀘어, 경기도 파주 신세계 첼시, 롯데 프리미엄몰 아울렛의 반경 5~10㎞ 내의 상점을 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 건설 3년 후 주변 소매점 매출이 46.5%나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점포당 매출로 따지면 월평균 1300여만원에 해당하며 연평균 금액으로는 약 1억6000만원이 줄어든 셈이다.

 복합쇼핑몰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효과 등을 홍보하며 들어서지만 지역경제 기여도에 얼마나 효과를 주는지도 미지수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경우 개점 당시 왕복 4차선 진입도로 개설에만 국, 도, 군비 266억이 투입됐지만 2012년 아울렛 측은 매출의 1~2% 수준인 13억8000만원만 지방세로 냈다. 입점 당시 35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세웠지만 실제 지역 주민 고용창출은 1250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천 롯데 아울렛의 경우 종사자 1400여명 중 비정규직 비율이 97.6%에 달한다. 그나마 대부분이 개별 브랜드 매장에서 고용한 계약직과 임시직이다. 여주 첼시 아울렛의 사무직 종사 정규직 비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계획 등 입점 단계부터 제한둬야

 출점러쉬를 이루고 있는 복합쇼핑몰에 제동을 걸려면 우선 상권영향범위부터 시정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상권영향분석 범위는 개설지역의 반경 3㎞로 제한돼 있다.

 이에 대해 이동주 복합쇼핑몰 전국비상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은 "멀리서 자동차를 타고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패턴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범위를 소재지 도시 뿐 아니라 주변 도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양창영 변호사는 "국토계획법에서부터 쇼핑몰 입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양 변호사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으로 구획을 설정할 때 대규모 점포가 어떤 지역에 들어가면 안 되는지 사전에 설정해 지역상권 침탈을 막아야 한다"며 "도시계획 차원에서부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입점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과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한 의견 수렴 후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프랑스는 600이상의 대규모점포가 설립할 계획이면 공청회를 거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독일은 대형유통점 진출로 주변 상인들의 매출이 10%이상 감소할 경우 출점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진정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공동체 이익을 위해 기업의 사적 이익은 통제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위한 사회적 협의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유통재벌, 지자체, 소상공인, 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논의 제도를 통해 도시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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