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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바라보는 기독교의 작은 변화

등록 2015-07-13 09:15:32   최종수정 2016-12-28 15: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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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정선 기자 =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다고 판결했다. 기존에 36개주에서만 허용되던 동성결혼이 50개주 전역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대법원의 판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달 28일 거행된 국내 성 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에 맞서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 열기도 거셌다. 축제 개막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교계 5개 단체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대비를 마쳤고, 축제 현장에서 한복을 입고 북을 치거나 더러 울면서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인정을 통해 동성애가 사실상 합법화됐다지만, 한국에서 동성애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보수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으나 국내에서 동성애 커플의 권리보장 요구의 물꼬는 이미 터진 상태다.

 지난 6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50)씨와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31) 대표가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해달라며 국내 최초로 제기한 소송의 심리가 열렸다. 이들은 2013년 9월7일 서울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렸고, 같은해 12월10일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구청은 그해 12월13일 “민법상 당사자 간의 혼인 합의가 없다” 등의 이유로 불수리처분했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5월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간 자신도 기독교 신자임을 밝혀온 김조 감독은 “모든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내가 동성애자로 산 것이 못마땅하기는 한들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유황불에 타죽는 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혀온 바 있다.

 그간 한국에서 동성애 인권단체와 대척점에 서 온 것이 보수 기독교 단체였기 때문에 기독교는 동성애에 대해 으레 반대할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독교 정신은 사랑이다’ ‘예수는 소외받는 이들의 편에 섰다’는 옹호부터 ‘성경에서는 동성간의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한다’는 반대까지 기독교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채 갈라져 있다.

 성소수자 인권 옹호를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기독교 내에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며 “현재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점차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는 죄라고 성경에서 다뤄진 부분은 편견에 기초한 해석 때문”이라며 “문자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배경을 살피면서 읽으면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하는 인간들의 오만과 폭력, 탐욕을 죄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성경은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동성애를 비난한 것은 명확하지만, 지금은 상황적 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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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 반대집회를 하는 기독교 역시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더함공동체교회 이진오 목사는 “그간 동성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요즘 그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천성이 인정된다면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생각하지만,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확고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면서 “교회 내에서 공적 대화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랑의 개념에 대한 확대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마약이나 담배는 성경엔 없지만 성경적 가치에 비춰 봐도 용인되지 않는다고 지금 재해석을 하는 것처럼 그 시대에는 동성애가 존중받지 않았고 인식조차 없었지만 현재는 인식돼야 하는 시대”라며 “성경의 가르침을 현 시대의 상황 속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성애를 하나님의 창조질서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동성애자는 품어야 한다는 중도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교회세습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교회와 사회문제에 대해 성역 없는 비판을 해온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경적인 관점에서 동성애를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허락하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성생활’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성경 어디서도 그와 같은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소위 성직자라고 하는 목회자가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함부로 여자 청년과 교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고도 떳떳하게 목회를 하고, 그럼에도 그가 속한 노회와 교단에서는 그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형편에 지금 우리 기독교가 동성애자들에 대해 함부로 돌을 던질 처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경에서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한 대목을 들어 “예수는 그 여인을 정죄하지 않고 품어주셨다”며 “만에 하나 동성애를 해도 내 아들이고, 동성애를 해도 내 교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하나님의 창조질서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으나 국내 기독교계에서는 아직도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 이병대 대변인은 “성인들이 자기 성적결정권이 따라 동성애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 분들이 서울 한복판 광장으로 나와서 자기들 성애를 정당화하는 행사를 하기 때문에 문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성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고, 성적 자기 결정권도 미흡한 초·중·고교생들이 선정적인 것을 보면 미혹될 수 있어 보호하기 위해 반대집회를 하는 것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분들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동성애는 에이즈의 주된 감염 원인이다”며 “서구사회의 반윤리적이고, 반천륜적인 것들을 (우리 사회가)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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