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유승민 축출'한 朴대통령, '상처뿐인 승리'될 수도

등록 2015-07-08 16:52:14   최종수정 2016-12-28 15:16:59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劉 사퇴로 대통령 국정장악력·권위 재확인 성과 얻었으나  대표 '뽑아내기'는 독재적 통치행위·삼권분립 훼손 비판 거세   당청·당내 갈등 재발 등 부메랑 우려도…"당청관계 회복 시급"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3일간의 고민 끝에 8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배신의 정치'를 앞세워 그의 퇴진을 압박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일단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를 절반 남겨둔 상황에서 국정 장악력과 권위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의원들에 의해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를 축출한 것은 제왕적, 독재적 권위시대의 통치행위와 다를바 없다는 당 안팎의 반발과 비판여론이 여전한데다 위력을 통해 설정한 당·청관계가 앞으로 정상적으로 맺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당내 갈등도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많아 박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이번 '성과'는 내상이 깊은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 원내대표를 향해 비판 발언을 쏟아낸 이후 13일 만에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일단 이번 '유승민 거취 논란'은 박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사실상 불신임 의사를 표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인만큼 이번 논란의 향배에 청와대도 비상한 관심을 쏟아왔다.

 더욱이 유 원내대표가 곧바로 사퇴의사를 표하지 않고 거취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사실상 '버티기'를 하자 청와대로서도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승민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행동을 취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버티고 나서면서 당·청 관계 악화와 당 내홍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날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자 청와대는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일"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단 이번 사태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되면서 표면적으로 박 대통령에게는 국정 장악력을 다시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 발언 수위 등을 놓고 논란이 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에 여당이 항복한 모양새다.

 여당 내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숫자가 30∼40명 정도로 열세임에도 결국 이번 논란을 박 대통령의 뜻대로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조기 레임덕 우려 등을 불식시키는 일례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잃은 부분도 상당해 보인다.

 일단 본인의 국정철학과 다르다고 입법부에 소속된 여당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이른바 '뽑아내기'를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국회법 개정안 거부 취지를 밝히면서 내세운 '삼권분립'의 취지를 정작 자신이 훼손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퇴임선언을 통해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밝혔듯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가장 비민주적 행태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정기조 확립 차원에서 국가 수장이 의견이 다른 여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조정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번 과정은 당·청 간 대화 없이 권위적이고 힘의 논리에 의해 진행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주간 사실상 정치가 실종되고 국정이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 결국 국민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한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더 강했던 만큼 이번 사태에서 보인 박 대통령의 태도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돼 향후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내부 계파 간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번 사태가 일단 수면아래로 접어들었으나 내년 4월 총선 공천과정 등을 두고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당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고 국정혼란이 심화돼 박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 국면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당·청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 등을 통해 민심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박 대통령에게 시급한 과제라는 시각이 많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단 박 대통령이 승리한 것은 맞지만 불편한 상태에서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경제활성화 등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나서서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